[서평]동물 안의 인간/ 노르베르트 작서 지음/ 장윤경 옮김/ 문학사상 펴냄

입력 2019-02-27 17:26:48 수정 2019-03-01 18:34:09

동물들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질투가 있다고 한다. 애완견과 사람들이 야외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신문 DB
동물들도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고 질투가 있다고 한다. 애완견과 사람들이 야외에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매일신문 DB

원숭이
원숭이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 스스로를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했다. 이성의 유무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했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동물들도 사람처럼 사고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물들에게 거울을 보여주면 자신을 인식하고 우리처럼 연인과 사랑하거나 헤어지면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느낄

침팬지
침팬지

수 있다. 동물들도 인간처럼 고유의 성격이 있고 상황에 따라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을 느낀다.

동물행동학의 세계적 선구자인 노르베르트 작서는 동물의 행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풀어주기 위해 30년간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집필했다. 동물에게는 인간과 비슷한 모습이 많고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 인간들이 동물들과 점점 더 비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행동은 진화의 산물이다. 동물은 자연 선택에 의해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한 좋은 행동을 한다. 반면 인간은 법과 윤리를 통해 인간처럼

기니피그
기니피그

살고자 하는 것이 동물과 다른 점이다.

포유류들은 사회적 삶을 어떻게 살까. 포유류 중 수많은 종이 특정 집단 안에서 평생을 살아가는데 특히 영장류는 성장한 후에도 암컷과 수컷이 군집 생활한다. 사바나얼룩말은 수컷 한 마

개똥지빠귀
개똥지빠귀

리와 여러 마리 암컷으로 구성된 하렘을 이뤄 산다. 코끼리는 동물세계에서 모계사회가 가장 심한 종으로 알려져 있고 반대로 치타는 오랜 기간 수컷들끼리만 살기도 한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아주 작은 원숭이인 갈색망토타마린은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로 이루어 산다. 북아메리카에 사는 프레리들쥐는 인

돌고래
돌고래

간처럼 한 쌍을 이루어 산다.

찰스 다윈은 동물행동학의 아버지다.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진화를 두 가지 측면에서 이해했다. 하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종들이 변한다고 봤다. 또 다른 측면은 모든 종이 같은 조상에

갈색망토타마린
갈색망토타마린

서 진화했다고 봤다. 생물학적으로 가까운 종은 같은 본능을 드러낸다. 물리적으로 먼 곳에 떨어져 산다고 하더라도 공통적 본능은 그대로 있다. 남아메리카에 사는 개똥지빠귀와 유럽에 서식하는 개똥지빠귀는 모두 자기 둥지에 진흙을 바르며 똑같은 본성을 보인다. 다윈은 모든 유기체에게 거의 무한에 가까울 정도의 번식 능력이 있다고 보았다.

동물들도 행복이나 스트레스를 느낄 수 있을까. 사육하는 기니피그 한 마리를 무리에서 꺼내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10분 정도 쓰다듬으면 아무 소리도 안내고 만족스러운 듯한 편

사바나얼룩말
사바나얼룩말

안한 모습을 보인다. 그런데 면봉으로 주둥이 안의 타액의 수치를 측정하니 스트레스호르몬이 80% 상승했다. 기니피그는 인간과의 접촉에 익숙하지 않아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리 속으로 돌려보냈더니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정상적으로 낮아졌다. 개, 고양이, 햄스터 등 동물들은 먹이나 마실 물이 충분하지 않을 땐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보인다. 자기 몸을 핥지 않

동물 안의 인간 책표지
동물 안의 인간 책표지

고 신체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의기소침하게 구석에 웅크리고 있다.

동물에게 감정은 있을까. 인간의 두뇌에서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은 대뇌변연계이다. 변연계는 모든 포유류의 조상에게서 발견되고 뇌에서 기본 감정들을 발생하는 과정은 인간이나 동물 모두 같다. 사람이나 원숭이는 갑자기 뱀이 나타나면 공포를 느끼고 쥐는 고양이와 마주치면 공포 반응이 증폭된다. 동물이나 인간이 공포 반응을 보일 때 심장은 급격하게 뛰고 숨은 깊어지며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동물에게도 질투가 있을까. 개 주인에게 일부러 자기 개를 무시하게 한 다음 개와 똑같이 생긴 인형과 함께 놀게 했다. 개는 바로 반응을 해 주인과 인형 사이에 거칠게 끼어들며 주인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

동물들은 생각할 수 있을까. 한 무리의 침팬지가 머무는 사육장 밖에 바나나를 놓았다. 바나나를 발견한 침팬지들은 사육장 창살 틈에 손을 넣어 바나나를 잡으려 했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손이 닿지 않았다. 사육장 안에는 침팬지가 갖고 놀던 크고 작은 막대기가 있었다. 그중 제일 똑똑한 침팬지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막대기를 집어 들더니 짧은 막대기와 긴 막대기를 연결해 창살 밖 바나나를 끌어왔다. 까마귀와 앵무새는 대뇌피질에 주름이 없으면서도 어떻게 원숭이와 비슷한 인지능력을 갖고 있을까. 같은 조상을 가진 종끼리 비슷한 특성이 진화한다는 평형진화에 답이 있다. 포유류와 조류는 진화과정에서 대뇌가 크게 발달했다. 뇌 구조는 다르지만 인지능력은 둘 다 비슷한 수준으로 발달했다.

자기 이익을 위해서 동물들이 하는 행동은 매우 다양하다. 유제류를 비롯해 진원류와 돌고래에 이르는 다양한 종에게서 성희롱에 대한 관찰이 되었는데 주로 수컷들이 암컷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끼리물범에서부터 오랑우탄에 이르는 여러 동물사회에선 강압적인 교미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동물들은 적합성의 극대화라는 목적을 위해 어른 수컷이 새끼를 죽이는 '영아 살해'도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수명이 긴 포유류에 자주 관찰된다. 주로 낯선 수컷들이 집단을 침입할 때 '영아 살해'가 발생한다. 산악고릴라는 사망한 전체 영아의 3분의 1 이상이 동족에게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335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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