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유럽 동맹의 균열이 최근 열린 뮌헨안보회의에서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돌출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독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입장이나 이해에 더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동맹은 깨졌다"고 주장했다. 외교 및 정보 당국자들은 이처럼 대서양 동맹이 흔들거리면서 러시아나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당면 위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우방을 경제적 라이벌로 보고 미국의 지도력을 일방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미국이 변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이후에도 미국과의 관계가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유럽인들이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점이 아울러 주목되는 부분이다. 독일 대통령 보좌관을 지내고 현재는 독일 마샬 펀드 베를린 사무소장을 맡고 있는 토마스 클라이네 브로코프는 "일방적이고 상업적이라면 동맹은 못 된다"고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동맹국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따른 위험성을 따진 것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유럽의 불만을 가장 뚜렷하게 표출한 것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의 철수 계획, 중거리핵전력협정의 탈퇴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일방적 조치들이 유럽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힐난했다. 시리아 철군은 오히려 러시아와 이란에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 메르켈 총리의 주장이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뮌헨안보회의에서 동맹국들이 미국을 뒤따라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도록 설득했으나 차가운 침묵에 부딪혔을 뿐이다. 유럽측은 이란 핵협정을 유럽 안보는 물론 핵확산방지 노력에 필수적인 것이라고 간주한다.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미국 기업보다는 유럽 기업들에 훨씬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것도 유럽측의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펜스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본 마리에테 샤케 유럽의회 의원(네덜란드)은 "위기를 초래한 것이 트럼프인데 미국의 지도력을 말한다는 것은 아주 묘하다"면서 "많은 유럽인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서방권의 긴장과 약화에 주된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을 줄일 길을 여러모로 모색한다고 해도 미국에 대한 의존은 지속되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냉정한 지적이다. 한편으로, 유럽에서는 동맹의 불화에 더 근본적인 요인이 이유가 있으며 과거와 같은 위상을 회복하지는 못하리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가고 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의회 외교위원장은 트럼프가 원인은 아니며 초강국들의 상호 경쟁, 다자주의의 중추세력 이탈을 초래한 지정학적 변화를 반영하는 징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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