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양심(良心)과 양심(兩心), 그리고 양심(養心)

입력 2019-02-18 11:10:57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흔히들 '양심(良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아간다. 걸핏하면 양심이 있다, 없다를 가리고 양심에 호소하고 양심의 가책을 받는다거나 양심에 맡긴다는 말을 별 깊은 생각 없이 남발하기 일쑤다. '양심'의 사전적 의미는 도덕적인 가치를 판단하여 옳고 그름, 선과 악을 깨달아 바르게 행하려는 의식(意識)이다. 하지만 세상은 겉 다르고 속 다른 두 가지의 양심(兩心)이 판을 치고 있다. 도덕적 가치 기준인 순수한 양심이 실종된 탓이다.

정의와 선을 가장한 정치권력은 순수한 양심을 '역사악(歷史惡)'으로 남용해 윤리적, 도덕적 규범까지 무너뜨리고 국민 위에 군림하며 파시즘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그래서인지 군사독재 시절 유행했던 '양심선언'과 '양심수'가 재등장해 내부고발이 잇따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한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감옥에 갇혀 있는 이 나라에서 새삼 '양심'을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아직도 한가닥 '양심'이 살아 있기 때문일까.

양심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비양심 세력에 맞서 옥중투쟁 중인 전직 여성 대통령을 안타까워하며 비슷한 생애를 살아온 남의 나라 여성 지도자가 생각난다. 한때 살아 있는 '세계의 양심'으로 불렸던 미얀마의 아웅산 수지. 미얀마 독립영웅 아웅산 장군의 딸로 태어나 15년 간의 가택연금과 탄압을 받으며 군사독재권력에 꿋꿋이 맞서 마침내 민주화 혁명을 이끌어내고 국가최고지도자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군부는 소수민족 로힝야족(族) 70여만 명을 국경밖으로 쫓아내고 학살, 방화, 집단강간 등 조직적인 만행을 자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이 잔혹한 범죄에 대해 처벌은커녕 "달콤한 행동"이라며 치켜세웠다고 한다. 자비를 구하며 민주화 운동에 평생을 바친 그가 놀랄 정도로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굳이 군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유엔은 즉각 "인종청소의 교과서적 예"라고 규탄했고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는 그에게 수여했던 인권분야 최고상인 '양심의 대사' 상을 철회했다. 자신의 '양심'을 팔고 인권을 유린하는 범죄집단과 타협한 것은 천사에서 악마로 변해버린 그의 가장 큰 죄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살아남아 권력을 누리고 싶은 욕망 탓인지도 모른다. 그에겐 '양심(兩心)'이 아닌 본래의 심성을 되찾아 수양하는 양심(養心)이 필요할 때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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