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옮겨 쓴 상호 2배가량 증가, 일부는 아예 일본문자만 쓰기도
일본식 디저트와 음식 등이 인기를 끌면서 대구 번화가를 중심으로 일본어 간판과 일어 발음을 그대로 한글로 옮긴 메뉴판과 상품이 급증하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어가 국어 단어를 대체하는 '언어잠식' 우려까지 나온다.
최근 대구 곳곳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음차하거나 아예 히라가나, 가타카나 등 일어문자로만 쓴 간판이 눈에 띄게 늘었다.
15일 살펴본 대구 중구 한 초밥 전문점 간판은 모두 일본어로만 적혀 있어 간판 속 삽화의 젓가락으로 집은 초밥 모습을 보고서야 업종을 유추할 수 있었다. 수성구 한 번화가의 350m가량 이어진 거리에서도 북해도식 양고기, 선술집 등 17개 음식점이 간판에 '소데스네'(그렇군요), '마타마타'(또 다시), '도쿄마츠리'(동경 축제) 등 일본어를 쓰고 있었다.
대구 중구청의 '신규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 등록 자료를 봐도 일본어 상호는 2016년 24곳(374곳 중 6.42%), 2017년 36곳(

440곳 중 8.18%), 지난해 50곳(479곳 10.44%)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3년 새 2배가량 늘었다.
음식 메뉴명도 일본어로 뒤덮였다. 일식점 메뉴판에는 히라메(광어), 에비(새우), 타마고 산도(달걀 샌드위치) 등 표현이 늘었고 편의점에서도 모찌롤(쫄깃한 롤케익), 카라이(매운) 우동 등 일본어 발음을 한글로 쓴 상품들이 유통된다.
과도한 일본어 사용은 '의아하다, 불편하다'는 반응으로 이어진다. 대학생 이의정(23) 씨는 "외국인 친구들과 동성로를 걷다가 '일본어 간판이 많은 것은 한국이 오랜 기간 일본 식민지였던 영향이냐'는 질문을 받아 당황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일본 문화와 언어에 익숙해진 청년 문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낯선 외국어로 고급성·전문성을 내비치려는 외식업계 전략이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청년층을 공략했다는 분석이다.
김명수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일본 하면 일제강점기와 그에 따른 반감부터 떠올린다. 반면 청년들은 일찍이 다양한 일본 문화를 접하고, 저렴한 항공권 비용에 힘입어 여행도 자주 하는 등 일본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일본어 남용은 언어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김선정 계명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는 "일본에만 있는 고유명사가 아닌데도 국어 표현 대신 일본어를 쓰는 것은 언어 습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이 무분별하게 일본어를 쓰다 굳어지면 국어 표현을 낯설게 여기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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