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한국 경제에 드리운 두 개의 그림자

입력 2019-02-12 14:55:33 수정 2019-02-12 19:45:43

이장우 경북대 교수(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경북대 이장우 교수
경북대 이장우 교수

위험 닥쳐도 행동하지 않는 안이함

각종 규제로 손발 묶인 미래 신산업

한국 경제, 성공과 실패 중대 갈림길

정확한 현실 인식 전화위복 기회로

지금 한국 사회는 희망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더 크다. 양극화, 줄어드는 일자리와 청년실업, 저출산 등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들을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를 좀처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문제로 집중해 보면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바라만 보는 형국이다. 하지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문제를 진단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다.

2011년부터 세계 평균 밑으로 떨어진 GDP 성장률은 이제 세계 평균과 1%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격차가 구조화되어 지속되거나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첫 번째 핵심 원인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온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이 점유율을 잃고 쇠퇴 산업군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회색 코뿔소'라는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통의 산업도시들이 하나둘 빛을 잃어가는 현실에서 보듯이 엄청난 위기의 코뿔소가 이미 가시권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서는 아직 버틸 만하다며 이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으려 한다. 오히려 급격한 임금 상승 등 경쟁력 쇠퇴를 앞당기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라는 개념은 2013년 미쉘 부커가 제시한 것으로 커다란 위험을 눈앞에 두고도 행동하지 않는 인간 본성을 비판한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이 있어도 집단의 이해관계 때문에 결단을 미루거나 아예 위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엄청난 파급효과의 위기가 실현되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리지만 이미 막대한 손실과 추락을 경험한 이후가 된다.

'회색 코뿔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해법은 위기를 위기라고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위험을 공유하기 위해 "어렵다! 위기다!"라는 구호를 반복해서 외쳐야 한다. 다행히 그 위기가 실현되지 않는다 해도.

두 번째 그림자는 '블랙 스완', 즉 검은 백조 문제다. 원래 백조는 하얀색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18세기 호주 탐험대에 의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검은 백조가 발견된 사례로부터 만들어진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잠재 성장 산업들은 대부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가진 '블랙 스완'의 영역에 있다. 예측하지 못 한 가운데 갑자기 발생해 한순간 세상을 바꾸어 버리는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래 신산업들은 실험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불현듯 떠오르는 기회를 획득함으로써 창출된다. 각종 규제로 손발이 묶여 있는 곳에서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혁신성장을 강조해도 개인 데이터 활용, 공유택시, 공유숙박, 원격의료 등이 엄격히 금지되는 경직된 제도 아래서는 '신산업 키우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블랙 스완'은 미래 기회가 아니라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 확실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선도국인 미국, 일본, 중국, 독일은 물론 한창 치고 올라오는 동남아 국가에 비해서도 미래 대응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6.6%라는 28년 만의 최저 경제성장률을 맞아 다음과 같이 중대 위험을 경고했다. "'블랙 스완'을 고도로 경계하고, '회색 코뿔소'도 예방해야 한다."

그렇다. 우리 앞에 드리운 두 개의 그림자는 넓게는 전 세계적 과제이며 좁게는 지역 경제의 문제이기도 하다. 위기를 정확히 인식해 대응하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반면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면 커다란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 경제가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놓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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