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드는 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르면 5년 내에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생산가능인구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년 내 국내 총인구 감소 전환
1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통계청은 다음 달 28일 2017년부터 2067년까지 장래 인구 특별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예상 시점을 앞당길 전망이다. 출산율이 당초 예상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사상 최저였던 2017년 1.05명에 이어 지난해 1명 미만으로 추락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저위 추계 시나리오(1.12명)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인구 감소 전환시점도 당초 해당 시나리오에서 추정했던 2028년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큰 문제다. 내년부터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은퇴연령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다. 결국 인구 감소가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연령층은 줄고, 노년층이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리면서 고용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규정하며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가능인구는 3천679만6천명으로 전년 대비 6만3천명 줄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취업자 수도 1년 새 4만8천명 줄어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11만7천명 감소한 후 9년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정부는 갈수록 생산가능인구 감소폭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내년 생산가능인구가 24만3천명 줄고, 2025년에는 42만5천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인구절벽'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인구절벽은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가 중장기적으로 노동력 부족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본다. 65세 이상 연령대, 여성 취업을 늘리고 자동화 및 인공지능(AI) 공정 등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하더라도 부족할 수밖에 없어 결국 외국인 근로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를 동반한 인구 감소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소비시장 위축 등 다른 측면에서도 악영향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경기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상림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소비시장이 확실하게 줄어들 것"이라며 "수요·소비가 위축되고 투자도 안정을 지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집약적인 대구경북 제조업계 비상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대구경북 제조업계에는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업종 대부분이 노동집약적 산업에 몰려있는 탓이다.
대구시는 2017년 12월 발표한 '구·군별 장래 인구 추계'에서 대구 총인구가 2015년 247만명에서 20년 뒤인 2035년 231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령화도 가속돼 생산가능인구는 2015년 74.1%에서 2035년 59.2%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특히 성서산단, 염색산단 등 주요 산업단지가 밀집한 지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이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2015년 기준 상대적으로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높았던 달서구와 북구, 서구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달서구의 생산가능인구 비중 전망은 2015년 76.3%에서 2035년 61.2%로 20년 새 15.1% 감소하고 북구와 서구도 각각 14.4%, 19.6% 줄 전망이다.
자동차부품, 섬유, 기계 등 지역 제조업계는 대구가 생산가능인구 감소·고령화 추세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지역 경제에서 노동집약적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만큼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미치는 영향도 타 지역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대구상의가 지난 1월 지역 204개 업체의 공장 근로자 8천5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경력 10년 이상의 고숙련 인력이 전체의 34.7%에 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베이비붐 세대로 은퇴를 앞둔 나이다. 생산 현장에서 일하는 숙련공 상당수가 40~50대인데다 청년들의 공장 취업 기피 현상까지 감안하면 인력난 심화는 불가피하다.
지역 제조업계는 머지않아 찾아올 기존 인력들의 은퇴 러시에 대비하려면 외국인 근로자 도입 한도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섬유가공업체 관계자는 "아직도 현장에는 수십년 전 섬유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때 일을 시작한 봉제근로자가 대부분이다. 일을 배울 사람은 없는데 근로자들은 늙어가기만 하니 걱정"이라며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근로자를 늘리는 등 인력난을 해소할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용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은퇴한 고숙련 근로자들의 활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구상의 관계자는 "인력난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려면 고숙련 은퇴인력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이들이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기술과 지식을 전수하는 등 지속적으로 지역 노동시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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