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보는 내내 주책없이 눈물이 고였다. 딴 사람들이 봤으면 왜 저러나 싶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고향은 있다. 이것은 내가 태어나서 자란 동네를 다룬 전시다. 대구 중구 동인동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집단이라 동인동인(東仁同人)이다. 이들은 50년 전에 지어져 이젠 볼품없이 낡은 동인아파트를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대구 최초의 아파트, 바로 옆에 있었던 우리 집과는 비교할 수 없이 으리으리했던 건물, 내게 그림그리기를 가르쳐주던, 영남대 미대 학생이던 과외 선생님이 살았던 바로 그곳이다.
이 낡은 아파트를 누구는 흑백사진에 담아내고, 또 컴퓨터 드로잉으로 그려내는가 하면, 건물 벽을 탁본으로 뜨고, 출입문 사진을 오려 붙이고, 그곳의 생활과 주변 일대를 영상에 담고, 아파트에 그려진 낙서를 서예로 재현하기도 한다. 여기에 참여한 작가들이 황인모, 손영득, 민승준, 조경희, 김미련, 이정이다. 또 문학가 서분숙은 동인아파트 주민으로 살았던 유년의 삶을 글과 드로잉으로 남겼다. 그 중 일부를 옮긴다. "도시 빈민들이 산다는 동인아파트. 1960년대에 공대를 다녔다는 할머니도 살고, 머슴아들이 학교 담장 밖에서 애를 태우던 금남의 그 경북여고를 나온 나도 살고 있다. 도시 빈민이라고만 하기에는 우리가 너무 우아하지 않은가."
그가 보여주는 현지 고발 형식의 텍스트는 자본을 많이 가진 몇 명의 사람들이 덜 가진 많은 사람들의 삶을 궁색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 생활터전에서 내다 모는 상황을 담았다. 빈집이 늘어날수록 흔해지는 버려진 장독단지를 가져온다. 거기에 우아함이란 이름 그대로 엘레강스라는 화초를 심는 행위는 역설일까? 미는, 예술은 가진 자들만이 누려야 하나? 반세기 전에 동인아파트가 누렸던 영예는 여기저기에 선 주상복합 아파트가 잇고 있다. 출근길에 가고자 하는 차선에 끼어들지도 못하고, 아파트 실내에 금이 가더라도 부자들은 그러려니 하고 행복해 한다. 무슨 바보천치들 같다. 그건 역설이 아닌가? 예술가들은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을 관찰하는 눈과 기록하는 힘을 가져 마땅하다. 전시는 동선의 흐름이 끊어지며, 대단한 시각적 압도까지는 주지 못한다. 만약 여기에 대형미술관 급의 지원이 있었더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 거다. 하지만, 아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호화로운 전시기획이 성사되는 것만큼 엘레강스한 바보짓이 또 있을까?
윤규홍 (갤러리분도 아트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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