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랩·몰입캠프…올해 입시성과 눈에 띄는 고교, 학습 비결은

입력 2019-02-11 06:30:00

학교는 이제 단순히 가르침을 배우는 곳에서 나아가 스스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며 학습 역량을 기르는 활동을 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때문에 이같은 활동 프로그램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대입 역량이 좌우되기도 한다. 탄탄한 자기주도형 학습프로그램을 토대로 올해 눈에 띄는 입시 성과를 거둔 대구지역 고교 2곳을 찾아 그 비결을 들었다.

◆대건고-메이커 교육과 인성 함양 프로그램 주력

서울대 10명, 포스텍 8명, 디지스트·유니스트 등 과학기술원 8명, 사관학교·경찰대 8명. 올해 대건고가 이룬 놀라운 진학 성과들이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인 인텔의 이노베이션랩 운영학교로 선정됐고, 청소년 비즈쿨페스티벌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인재상 4년 연속 수상, 한·일 이공계 유학생 8년 연속 배출 실적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차별화된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대건고의 밑바탕에는 어떤 활동들이 있을까.

지난 1일 오후, 대건고 지하1층 모둠학습실은 방학임에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개성 있는 그림과 함께 '3D공작소'라고 쓰여진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다양한 크기의 3D프린터와 작품들이 놓여있었다.

이날 모인 10여명의 학생들은 지난번 특수학교를 방문해 직접 느끼고 본 것을 토대로 한 3D프린팅 용품 제작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였다. 한 학생이 센서를 통해 근육을 감지해 물건을 들 수 있도록 한 의수족을 들어보였고, 또다른 학생은 손가락으로 누르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기동 진학부장 교사는 "의수족 등을 만든 3D프린터도 학생들이 직접 컴퓨터 부품, 멜로디언 등 폐품을 재활용해 만든 것"이라며 "학생들이 만든 3D프린터는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베이스 모델로 응용하고 있고, 유명 3D프린팅 업체 대표들에게 시판해도 되겠다는 평을 들을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보니 대구지역 중학생들이 주말마다 대건고를 찾아 3D프린팅 등을 체험하는 청소년 학자 양성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대건고 학생들이 멘토가 돼서 중학생을 직접 가르치며 실력도 쌓아나가는 활동을 이어간다.

대건고 이노베이션랩에서 학생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대건고 이노베이션랩에서 학생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구상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건고의 경쟁력은 인성 함양 프로그램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이대희 교장의 설명이다.

이 교장이 6년째 직접 인솔하며 역사·문화적 배경을 해설하는 부자(父子)동행 둘레길은 소원해지기 쉬운 아버지와 아들 간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주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달에 한번 가량 40가족(80명)을 선정해 ▷비슬산 마비정 누리길 ▷비슬산 삼국유사길 ▷한·일 우호의 길(헐티재·남지장사 등) ▷충절의 길(강정보 녹색길·화원동산 등) ▷팔공산 호국의 길 ▷대통령의 길(김해 봉하마을 등)과 같이 대구 인근 지역의 자연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둘레길을 탐방한다. 탐방 이후에는 각자 작성한 보고서 및 포트폴리오를 모아 책으로 발간, 길이 기억에 남을 추억을 선물한다.

이대희 교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적응성을 갖춘 인재이며, 적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자기주도성이 바탕이 돼야한다"며 "올해도 학생들이 이러한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역량중심평가 수업을 정착시키고 비즈쿨 등과 연계한 메이커교육 활성화의 원년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경화여고-과목별 몰입캠프로 자신감 향상

"당장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세계 속의 주인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인성 교육이 우선돼야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동안 도구적인 교육에 치중해왔으나, 앞으로는 자기주도적으로 미래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려합니다."

지난달 31일 만난 박윤자 경화여고 교장은 무엇보다 학생들의 건강과 인성이 공부를 뒷받침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바르게 걷고, 바르게 서야 마음이 바르게 되고 집중력도 높아진다는 것.

박 교장의 이같은 열의 덕에 경화여고 강당에서는 매주 한차례 가량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요가 수업이 진행된다. 인도 아헹가 요가를 국내에 보급해 온 현천 스님이 직접 교육기부를 한다.

박 교장은 "특히 고3이 되면 척추관련 질환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나는데, 이는 집중력에 큰 방해가 된다"며 "처음에는 고3을 위해 요가 수업을 마련했지만 효과가 좋아 전 학년으로 확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화여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을 돕고 있다. 경화여고 제공
경화여고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의 집중력 향상을 돕고 있다. 경화여고 제공

경화여고만의 '몰입캠프'도 참여도와 만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다. 상대적으로 수학 과목이 약한 여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30시간 가량을 오로지 수학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장을 마련한 것이다.

수학에 이어 영어, 국어, 과학 등 다른 과목도 진행하고 있으나 수학이 가장 만족도가 높고 효과가 좋다. 학생들은 한 문제든, 책 한권이든 자율적으로 자신이 해결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해 몰입한다. 지난해 2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도록 정비한 학교 도서관을 활용해 몰입캠프 내에서도 조별 활동 등을 통해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도 있다.

학생 스스로 고민한 끝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지난해부터는 질문함을 만들어 학생들이 자신의 문제풀이 과정과 질문을 교사에게 적어내면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장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다다르는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수업을 듣는 것만이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영역 1등급을 받는 학생 수가 대폭 늘었다. 올해 서울대를 비롯해 동국대 의예과, 경희대 치의예과, 전남대 치의학과, 대구한의대 한의예과 등에 대거 진학하는 성과도 이뤘다.

박 교장은 "매주 세차례 아침 자습시간에 심화반을 운영해 학생들끼리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시간을 갖는다"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해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기반을 마련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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