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당의 '김경수 재판' 겁박,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입력 2019-02-02 06:30:00

김경수 경남지사의 유죄판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은 과연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 정부가 맞는지 근본부터 회의하게 한다. 민주당은 판결을 "사법부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홍영표 원내대표)으로 규정하고 사법 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소리도 나온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고 담당 판사를 쫓아내고 사법부를 갈아엎겠다는 것이다. 사법 독립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가치의 전면 부인이다.

사법 독립의 요체는 법관이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는 것이다. 이를 존중하지 않으면 재판은 특정 정치 세력이나 이익집단의 요구에 법률적 정당화의 외피를 씌워주는 '역할극'으로 전락하게 된다. 과거 공산주의 국가가 그랬다. 성 부장판사와 재판부에 대한 민주당의 비이성적 공격은 그렇게 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촛불'로 탄생했음을 자부하는 정권이 정작 '촛불'이 지향했던 민주주의는 부정하는, 기막힌 역설이다.

이는 현 집권 세력이 자신은 항상 옳으며 절대로 틀릴 수 없다는 자기최면에 빠져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이런 정신 구조에서는 내게 유리하면 선(善), 불리하면 악(惡)이다. 성 판사의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극과 극의 평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성 판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에서 징역 8년을 선고했을 때는 '현명한 판단' '사법 정의 실현'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 대해서는 '적폐' '탄핵' 운운하는 것은 물론 "본인의 열등감이랄까 부족한 논리를 앞에서 강설하는 느낌"(이재정 대변인)이라는 인신공격까지 서슴지 않는다.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그 시정은 오직 재판정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의 사법 원칙이다. 그렇지 않고 법정 밖에서 사법부와 판사를 모욕하고 위협하는 것은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성 판사 탄핵도 그렇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 직무상 행위가 있어야 탄핵을 할 수 있다.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고 탄핵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사법 농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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