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TK 정치권 이야기...박힌 돌, 굴러온 돌, 그리고 낯선 돌

입력 2019-01-25 17:20:58

김규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김규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자유한국당이 최근 김규환 국회의원(비례)을 대구 동을 조직위원장으로 임명하자 큰 논란이 일었다.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표가 꼬리에 꼬리를 문 것이다. 그의 고향이 강원도이고 대구에는 어릴 때 잠깐 살았던 것이 전부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 의원 임명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내년 봄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에는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대구경북에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나오고 있다. 김 의원처럼 '낯선 돌'까지 과연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궁금증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대다수 현역 정치인들은 "아직은 낯선 돌은 물론, 굴러온 돌이 쉽게 치고 들어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내고 있다. 그러나 TK의 변화를 위해서는 이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쉽게 빼내는 '열린 정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의 한 현역 국회의원은 "대구 동을에 김 의원을 보내면서 TK 정치권에서는 중앙당이 '무연고 인물'에다 과거 수상한 돈 거래 의혹까지 불거진 사람을 '낙하산'으로 보낼 정도로 얕잡아 보는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동시에 정치권에 아무리 '굴러온 돌'과 '박힌 돌' 관계가 많다지만 TK 정치권에 이렇게 '굴러온 돌'은 처음이라는 반응도 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정치권 관계자들 역시 TK 정치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이 그려졌다고 평가한다. 오랫동안 TK 정치권이 보수정당 일변도였던데다 TK가 긴 시간 정권을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윗선'에서부터 정리해왔던 탓에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TK에서 '굴러온 돌'은 기껏해야 예천 용궁면 출신인 장석춘 의원이 구미에서 총선 출마한 것과 비슷하게 TK 안에서 지역을 오가는 정도였다. 심지어 경주가 고향인 재일교포가 총선에 출마했던 사례 정도가 이색적인 사례였다"고 전했다.

과거 전례가 이렇다보니 안동이 고향인 권영진 대구시장도 한때 대구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린 '굴러온 돌''낯선 돌'로 불렸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지금의 한국당) 대구시장 후보로 권영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확정되면서 대구 정치권은 당황했다. 당시 '국회의원 오더'와 이로 인한 '현역 국회의원 우세'가 지배적인 분위기였던 까닭에 이와 상반된 경선 결과가 나오자 지역 정치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 연합뉴스

당시 권 시장은 혈혈단신으로 출발해 출마 선언 100여 일 만에 새누리당 대구 권력의 정점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권 시장을 두고 '굴러온 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는 당시 TK 주류 정치권의 외면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권 시장은 대구에서 산 기간이 고교시절 3년 밖에 되지 않은데다,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을 하고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1기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활동한 탓에 비(非) TK 인물로 인식됐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시 대구의 당원들은 국회의원들의 이른바 '오더'를 거부했고, 민심은 자발적 투표 참여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면서 기존 정치권을 외면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의 오더가 전혀 작동하지 않은 당시 경선 결과를 두고 일각에서는 '혁명'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한 전직 국회의원은 "당시 기존 대구 정치권 입장에서는 '민란 이상의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기존 정치권을 모두 거부하겠다는 당심과 민심의 표현으로 보인 탓에 대구 정치권 전체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보수 정당 입장에서는 '꽂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에만 기댔다가는 민심이 어떤 판단을 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오싹함을 느꼈다. 어려운 경기상황, 뚜렷한 정치지도자가 없는 지금의 TK 정치판도를 볼 때 내년 총선에서 지역민들이 기존 관행을 벗어난 깜짝놀랄 만한 정치적 판단을 내릴수도 있어 이른바 박힌 돌, 즉 현역 의원들이 바짝 긴장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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