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전 농식품부 장관, 경북도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 내정

입력 2018-12-23 18:15:06 수정 2018-12-23 19:51:39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경북 의성 자택에서 반려견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경북 의성 자택에서 반려견 '효심'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경북 의성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이동필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3일 오후 경북 의성 자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장관 출신이 도청 공무원 5급으로?'

경북 의성 출신 이동필(63)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경북도의 '농촌살리기 정책자문관'(5급 시간제 공무원)으로 임용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3년 6개월 최장수 농식품부 장관'을 지낸 그는 2016년 9월 퇴직 후 고향 의성군 단촌면에 내려와 87세 노모를 모시고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이 전 장관이 경북도 정책자문관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대구경북을 위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이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지역 발전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자세'라고 생각해서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절감한 것도 '도 5급 공무원'을 자청한 배경이다. 이 전 장관은 "8천㎡(2천500여평) 밭농사를 하며 지난해 콩 19가마를 수확해 손에 쥔 돈이 300만원 정도다. 농사는 힘들고 돈이 안 됐다. 공부하고, 정책을 폈던 것과 너무 달랐다"면서 "억대 농업 부자가 있다지만, 농민 대부분은 생산물을 팔 곳이 없고, 팔아도 돈이 안 된다"고 했다.

고향 의성이 '전국 지방소멸위기 1위 지역'으로 꼽히는 현실도 그를 당황케 했다. 평생 농정 연구를 하며 농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지만, 고향 소멸 위기 앞에서 '내가 뭘 했나'라는 죄책감이 들었던 것이다.

그는 "경북 상당수 농촌이 소멸 위기다. 일자리는 없고, 농가는 영세하다. 농업 경영주 나이도 많다. 경북도가 지난 세월 애를 썼고, '잘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근본적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고 기술도 축적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1월 1일 자로 임용되면 경북 농업의 규모화, 농업 경영인의 청년화, 친환경 농업 활성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조언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농촌 위기 상황에서 '백지장도 맞들고 일어서 보자'는 심정으로 나섰다.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나도 책임이 있어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다"면서 "어려울 때 같이 살길을 찾기 위해 머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한 두 개라도 국민으로부터 '잘 한다'고 얘기를 들으면 성공"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대구 대건고를 졸업하고, 영남대 축산경영학 학사·서울대 대학원 농업경제학 석사·미주리대 대학원 농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뒤 원장까지 지냈으며 농식품부 장관을 역임한 뒤 2016년 9월 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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