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시민 출자로 설립된 '아름다운 베이커리' 경영난으로 25일 문 닫아

입력 2018-12-23 18:17:51

전국 최초 시민 출자로 설립돼 13년 동안 소외계층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다문화가족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구미 형곡동
전국 최초 시민 출자로 설립돼 13년 동안 소외계층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고, 다문화가족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구미 형곡동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경영난으로 25일 문을 닫는다. 전병용 기자 yong126@msnet.co.kr
장흔성 아름다운 베이커리 대표. 전병용 기자
장흔성 아름다운 베이커리 대표. 전병용 기자

"소외계층 아이들은 배고픔을 달랠 수 있었고, 다문화가족들은 마음의 허전함을 채울 수 있었던 빵이었습니다."

전국 처음으로 시민 출자로 설립된 구미 형곡동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25일 문을 닫는다.

비영리 민간단체인 아름다운 베이커리는 13년 동안 판매 수익금을 소외계층 아동보호, 다문화가족 지원, 가정의 건강 증진 사업 등에 사용하면서 이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

아름다운 베이커리는 2006년 2월 어려운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고, 수익을 통해 지역사회 공익에 환원한다는 취지로 구미시민 43명이 100만~500만원씩 모두 7천여만원을 출자해 설립한 빵집이다.

'소비로 사회에 기부한다'는 취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매출이 증가했고, 출자자 76명, 출자금 1억1천여만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롤케이크, 단팥빵, 케이크, 소보로 등 30여 종의 빵을 만들어 기업과 대학 등에 납품했다. 지역 소상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새로운 판로를 개척해 도매가로만 납품해 왔다.

또 지역아동센터 아동과 알코올상담센터 이용자들에게 매일 직접 구운 빵을 무료로 전달해 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재료를 쓰는 데다, 저렴한 가격에 납품했기 때문에 운영비를 빼고 난 수익금은 연간 3천~4천만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3년 전부터 지역 경제가 침체되면서 납품처 확보가 어려워져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특히 내년부터 식품 제조업체의 위생 안전성을 위한 햅섭(HACCP)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설치해야 하는 중금속탐지기가 4천만원에 달해 자금 부족에 따른 경영난이 불보듯 뻔했다.

"사회적 기업으로 등록해 지원금을 받아 경영을 계속하라"는 주위 권유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베이커리 측은 "설립 목적이 일자리 창출보다는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에 있었다"며 결국 문을 닫기로 했다.

아름다운 베이커리가 문을 닫으면서 사업 초기부터 함께 일을 해오던 직원 8명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장흔성 아름다운 베이커리 대표는 "지역공동체와 함께 13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행복했다. 무리하게 공장을 가동시키고 싶지는 않았다"며 "누구나 축복받아야 할 25일 크리스마스날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해오던 직원들에게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전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