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은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올라 직원을 줄이면서 식당 주인들은 오히려 근로시간이 늘었습니다.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도 안 되면서 일주일에 70시간 이상을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대구혁신도시의 한 카페 주인은 하루 13시간씩 일하고 있었다. 카페 문을 열기 위해 오전 9시에 출근하는 것도,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 것도 주인 몫이다. 올해 초까지 아르바이트생 3명과 함께 일하던 그는 한 명을 줄였다. 평일과 주말 각각 아르바이트생 한 명씩을 두고 매일 출근하고 있다. 쉬는 날은 없다.
올해 초부터 자영업자들과 영세 중소기업 관계자들을 참 많이 만났다. 전년 대비 16.4% 오른 최저임금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자영업과 제조업 모두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지 않아 적응기를 거치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재 당시 만난 식당들은 월 매출의 30% 정도를 인건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자동차 부품과 기계 업종으로 대표되는 제조업의 경우 10% 수준이었다.
예상은 빗나갔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내년도 최저임금이 훌쩍 오른 8천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지역 경제계 반발은 커져만 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는 지난 7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불복종 선언을 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지역 제조업체들은 이미 인건비 부담에 따른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다. 지역 제조업체 12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 3분기 기준 종업원 수는 총 9천601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5%가 늘었지만 누적 매출액은 전년 대비 2.03% 줄었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기존 생산량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야 하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까지 겹치며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소득주도성장을 외치며 앞만 보고 뛰던 정부가 지금이나마 뒤를 돌아보고 낙오된 자들을 챙기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이념적 성격이 짙었던 소득주도성장 구호를 내려놓고 경제 활력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저임금·주 52시간 근무제도 손보기로 했다. 1986년 도입 후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이원화가 검토 중이다. 주 52시간 근무제도 계도 기간을 연장하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스스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문제는 늦은 감이 없잖다는 점이다. 당장 최저임금 인상이 2주 앞으로 다가왔고 지역 중소기업 대부분이 속하는 종업원 50~299인 규모 업체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준비해야 한다.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수 부진과 미중 간 무역 갈등도 부담이다.
앞서 만난 카페 주인은 올해 들어 신문을 챙겨보는 빈도가 늘었다고 했다.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 하나하나에 얼마나 본인 영업이 영향을 받는지 절감했기 때문이란다. 최저임금 인상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지금 지역의 수많은 '사장님'들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늦은 만큼 속도감 있는 정책 반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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