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니뇨, 북극해빙 감소, 중국 미세먼지 감축목표 완화" 올겨울 미세먼지 3중고

입력 2018-11-27 19:05:30 수정 2018-11-27 21:05:17

한반도 남쪽에 아열대성 고기압 자리잡고 제트기류 약해지면 대기정체
엘니뇨 발생한 해 미세먼지 농도 예년보다 20% 높단 연구결과도

전국에 초미세먼지농도가
전국에 초미세먼지농도가 '나쁨' 상태를 보인 27일 오전 대구 달구벌대로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7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을 보이며 미세먼지 공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올 겨울 미세먼지 피해가 예년보다 커질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엘니뇨 현상, 북극 해빙 감소, 중국 정부의 미세먼지 감축 목표 완화 등을 악재로 들었다.

27일 대구경북에서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한동안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대구 서구 이현동측정소에서 초미세먼지(PM-2.5) 수치가 107㎍/㎥까지 오르며 이달 들어 가장 높았다. 미세먼지(PM-10) 수치도 오전 10시 같은 장소에서 166㎍/㎥을 기록하며 이달 들어 두 번째로 높았다.

대구시 13개 장소에서 측정된 초미세먼지 평균치는 이달 5일 37.5㎍/㎥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모두 7일 동안 '나쁨'(36~75㎍/㎥)을 나타냈다. 관련 측정치가 가장 높았던 이현동은 26일 일평균 초미세먼지 수치가 52㎍/㎥까지 오르는 등 모두 12일간 '나쁨'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피해는 12월부터 더욱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우선 올 겨울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가 문제다.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이어지는 현상인데,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지난 9월부터 평년보다 0.7℃ 이상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기상지청 관계자는 "엘니뇨 현상이 시작되면 아열대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에 유지되면서 북쪽의 찬 공기를 막아주는데, 그만큼 대기가 정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예상욱 한양대 교수(해양환경과학과)와 박록진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가 지난 8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1980∼2014년 엘니뇨가 발생한 해 겨울에는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가 예년보다 20% 높아졌다.

지난달 말 북극의 해빙 면적은 역대 최소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극지방과 중위도지방의 온도차가 적어지면서 극지방을 도는 제트기류의 힘이 떨어지고 그만큼 대기상층부에서 공기를 섞어주는 힘이 약해지게 된다.

이에 더해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요 유입원인 중국도 미세먼지 감축 목표를 하향 조정하면서 미세먼지 유입량도 줄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15일부터 중국 정부는 겨울철 난방으로 정식으로 시작한 가운데, 초미세먼지 감축목표를 당초 5%에서 3%로 낮춰 제시했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당분간 미세먼지가 고농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기정체가 원인인 만큼 국내 발생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며 "마스크 착용 등 개인건강보호 수준을 넘어서 경유차 및 석탄화력 감축 등의 사회적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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