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노동의 미래, 일자리가 사라져 간다

입력 2018-11-28 10:01:32 수정 2018-11-29 08:27:26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남녀노소 불문하고, 일자리가 문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사회보장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일자리'가 불안 요인 1위(일반인 35.9%·전문가 69%)로 나타났다.

일자리 문제는 대통령이 나서도 풀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관련 부처를 채근하고, 기업을 설득했다. 하지만 족탈불급. 고용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경기순환에 따른 위기라면 그나마 다행이나, 현실은 낭만적이지 않다.

'고용 없는 성장'이 성큼 다가왔다. 최근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기업 활동조사 잠정 결과'는 이를 방증(傍證)한다. 조사 대상 기업 1만2천252개(금융·보험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은 2천343조원으로 전년보다 8.3% 증가했다. 2011년(12.2%)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세전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세전 순이익은 173조원으로 전년(127조원)보다 46조원(36.1%) 증가했다. 통계 작성(2006년) 이후 최대치다. 하지만 일자리는 전년 대비 겨우 1% 증가했다. 2007년 이후 최저치다.

택시기사들이 '카카오 카풀 앱' 때문에 뿔이 났다. 이들은 '택시산업을 다 죽이는 카풀 앱을 척결하자'고 외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사람 대신 로봇을 직원으로 쓰는 식당이 문을 열었다. 로봇이 요리하고 음식을 나른다.

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기술 진보는 의사 등 전문직 밥그릇까지 뺏어갈 태세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이 저서('노동의 종말'·1995)에서 밝힌 예견은 적중했다. 노동이 없는 세상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기업가, 과학기술자에게는 새 비즈니스가 되지만, 없는 자에게는 실업과 빈곤이 우려된다.

지금도 전 세계 노동력의 20% 미만이 인류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고 있다. 대부분 노동력은 사실상 잉여 상태다. 사회철학자 앙드레 고르츠(Andre Gorz)는 '노동의 변모-의미의 추구'(1988)에서 "경제는 더 이상 모두가 노동할 필요가 없으며, 그 필요는 점점 더 적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임금은 더 이상 분배 수단이 될 수 없으며, 충분한 기본소득이 사회적으로 생산된 부의 공유에 상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울한 미래다. 하지만 인간의 의지에 따라 미래는 가변적이다. 인간의 가치와 사회적 관계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경제활동 변화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인간노동과 기계노동력의 관계 등을 분석해야 한다.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선진국의 대응은 발 빠르다. 독일의 '산업4.0'과 '노동4.0' 정책이 대표적이다. 2012년 발표한 산업4.0은 차세대 산업 전략이다. 사물인터넷과 사이버물리시스템 기술에 자본을 집중해 신산업을 키우자는 내용이다.

노동4.0은 산업4.0에 상응하는 정책이다. 인공지능화, 자동화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에 대비했다. 실업자를 위한 직업 훈련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 등에서 가르치자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가? 노사정은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을 놓고 다투고 있다. 사회통합형일자리인 '광주형일자리'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밥그릇만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밥을 덜어주는 인간적 연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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