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더 나은 학교 교육 위한 고언

입력 2018-11-26 06:30:00

손권목(상원고 교사)
손권목(상원고 교사)

교육 주체로서 교사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될수록 교사의 역할이 커진다. 학생 참여형 수업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교사의 수업설계에 따라 수업의 질은 달라진다. 교사가 학생들을 얼마나 열정적이고 사랑으로 지도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학업성취와 진로가 바뀔 수 있다. 세상이 많이 변해도 학교에서 선생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며,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헌신적인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사례 1> 매년 수시 원서를 접수할 쯤이면 학생들의 자소서 코칭과 추천서 작성으로 매우 바쁜 선생님이 있다. 실력도 있고 자상하다 보니 학생들이 그 선생님의 지도를 받길 원한다. 올해도 50여 명의 학생의 자소서 코칭을 받았다.

<사례 2> 한 달 전 노후화된 소화기가 자연 분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소화기 한 통이 모두 분사되어 복도가 온통 뿌옇고 소화 분말이 바닥에 쌓였다. 여선생님은 처음에는 마스크도 없이 열심히 분말을 쓸다가 마스크를 구해 와서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복도가 깨끗해질 때까지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쓸고 닦았다.

<사례 3> 야영수련활동에서 한밤 야간 지도활동은 쉽지 않다. 2박 3일이지만 이틀간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않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꽤 힘이 든다. 둘째 날 밤 2시가 지났는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순회 근무를 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이처럼 학교에서 교사는 다양한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헌신적인 사랑과 열정으로 지도하며, 맡은 업무를 묵묵히 성실하게 수행한다. 학교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사기 여하에 크게 좌우된다. 따라서 학교 교육이 흔들리지 않고 선생님들이 즐겁게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 당국과 학부모, 언론에 고언(苦言)을 드린다.

첫째,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육 제도나 정책 변화가 미칠 영향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및 외고 폐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수능 절대평가 확대 유예 및 입시제도 변화는 많은 논란을 가져왔다. 교육제도나 정책의 변화가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정립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겠지만 교육이 정치화되거나, 실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뀌고,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변화를 위한 변화는 지양되어야 한다. 교육은 일관성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제도와 정책은 정권이나 정책입안자 교체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 백년지대계라는 측면에서 입안되길 기대한다.

둘째, 학부모의 학교에 대한 관심은 절제된 참여가 필요하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학부모의 적극적인 신뢰와 협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는 학교 경영자 혹은 상급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부모들이 해결되길 바라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학교에서, 담임이나 교과 선생님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학부모가 해결하고 싶은 것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입장이 등한시되거나 선생님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다. 학생을 생각하는 학부모의 입장도 고려되어야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마음으로 교사의 사기를 북돋아주고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언론은 학교와 교사의 신뢰 기반 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언론의 특성상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사건이 기사화될 수 있지만 미성숙한 학생들이 특정 기사를 보고 왜곡된 시각으로 학교와 선생님을 볼 수 있다. 교육 관련 기사를 쓰고 편집할 때는 이 기사가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심사숙고하길 기대한다. 신뢰가 깨어진 환경에서 교육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교육전문가를 자처하는 시대이다.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이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위한 학교 교육이 더 잘 되었으면 하는 교육공동체의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입장이 함께 고려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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