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⑦다듬잇돌…옷감 구김살 펴는 생활 필수품

입력 2018-11-05 20:00:00

다듬잇돌

'다듬잇돌에 앉으면 소박맞는다.' '딸이 다듬잇돌에 앉으면 시집가서 시어머니 눈 밖에 나고, 아들이 다듬잇돌을 깔고 앉으면 장모 눈 밖에 난다,'. 다듬잇돌은 하나같이 깨끗함이나 상서로움을 추구한다. 다듬질 할 때 옷감이나 천을 올려놓는 돌을 '다듬잇돌'이라 한다.그것은 다듬질 할 때 옷감이나 천을 올려놓는 돌이다. 예전에는 귀한 세간이었다. 화강석․남석․대리석 같은 돌로 만들기도, 박달나무나 느티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로 만들기도 한다. 다듬이질은 옷감의 구김살을 펴고 부드럽게 하는 방법이다. 줄여서 '다듬이' 또는 '다듬질'이라고도 한다.

윗면이 윤기가 나고 매끄러운 긴 네모꼴로 되었다. 한가운데가 약간 위로 올라와 완만한 곡선을 이루었고, 양쪽 밑으로는 손을 넣을 수 있도록 둥그런 홈이 파여 있다. 또 다듬잇방망이는 박달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를 깎아서 두 개가 한 짝이 되도록 만들었다. 그것들은 집안에 없어서는 안 될 생활필수품이었다. 그래서 실용성뿐 아니라, 집안의 자존심과 같아서 되도록 좋고 아름다운 것으로 장만하였다. 다듬이질을 하기에 앞서 풀을 먹인다. 이것을 '푸새' 또는 '푸답'이라고 한다. 풀은 주로 쌀풀이나 밀가루 풀을 썼는데, 쌀이 귀해서 감자풀이나 피쌀풀을 쓰기도 하였다. 명주에는 우뭇가사리와 계란 흰자를 물에 풀고 휘저어서 잡티 같은 것을 없앤 뒤 사용하였다. 그리고 삼베와 무명은 밀앙금을 썼다. 그리고 풀을 먹이는 방법은 여름에는 되게 먹이고 바짝 말린다.

다듬이는 촉촉할 때 걷어서 손으로 펴면서 만진다. 이어서 발로 밟는 발다듬이를 한다. 그런 다음 옷감을 다듬잇돌 위에 올려놓고, 다듬잇방망이로 두드리거나 홍두깨에 감은 다음 그것을 의지하게 해서 방망이로 두드리면 골고루 다듬어진다. 잘 다듬어진 옷감은 다림질을 한 것 이상으로 매끈하고 구김도 잘 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고나서 다듬이질을 한다. 한 사람이 양손에 방망이를 잡고 두드리기도, 두 사람이 양손에 방망이를 쥐고 마주 앉아서 맞다듬질을 하기도 한다. 다듬이질은 가을이나 겨울 옷감과 이불 홑청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다듬이 소리는 가을 한철 울안에서 골목으로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다듬이 소리는 운치가 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고 문득 깨어서도 들었다. 아련하다.

예부터 다듬이 소리를 세 가지 기쁜 소리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어린애 우는 소리, 책 읽는 소리, 그리고 다듬이 소리를 일상의 세 가지 기쁜 소리로 삼았다. 옛 사람들은 다듬이 소리에서 일상생활의 안정과 근면성을 읽었던 것 같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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