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 제목은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였다. 기자회견장에 내걸린 '내 삶이 달라집니다'란 큼지막한 표어가 인상적이었다. 대통령은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고 더 행복한 삶'을 다짐했다.
내 삶의 질은 나라가 좌우한다. 옛 성현들은 그 조건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꼽았다. 공자는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스스럼없이 '식량이 풍족하고 군비가 튼튼하면 백성들은 정부를 신뢰한다'고 했다. 그렇다.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가 되려면 '안보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먼저 경제다. 사방에서 경고음이 요란하다. '퍼펙트 스톰'이 다가온다는 말까지 나왔다. 초대형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공단마다 매매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다. 공단 주변 식당가의 불황은 더 깊다. 동성로 같은 핵심 상권에서도 '임대' 쪽지를 보기가 어렵지 않다. 대부분 '임대' 쪽지는 빛이 바랬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반기업 친노동정책에 지친 기업들이 엑소더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남은 기업들도 몸을 사리긴 마찬가지다. 설비투자가 줄지 않을 수 없다. 전기 대비 4.7% 줄었다. 같은 기간 일본의 설비투자가 3.1%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일자리가 생길 리 없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자랑하던 일자리 전광판 이야기는 슬며시 사라졌다. 대신 정부 기관에 '두 달짜리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고 닦달한다. 소득주도성장을 표방해온 정부다. 그런 정부가 비정규직의 전형이라 할 단기 일자리를 만들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전 정부의 채용 비리가 적폐였다면 현 정부 들어 불거진 고용 세습 시비는 신적폐다. 그래도 수사한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괜찮은 일자리는 가진 자들이 대를 이어 받으니 또 절망한다. 빈부 격차는 더 벌어졌다. 한번 흙수저는 영원한 흙수저다.
정부는 대북 억지력을 허무는데 매몰돼 있다. '북 비핵화'는 어느새 '한반도 비핵화'로 바뀌었다. 한미연합훈련은 중단됐다. 유사시 북핵 미사일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킬 체인 등 3축 체제는 손발이 묶였다. 8천600만원이면 된다던 남북연락사무소 리모델링엔 98억원을 쏟아부었다. 국민 세금이 얼마나 들지도 모를 판문점선언 비준안을 국회에 던져 놨다. 북핵은 그대로 둔 채 남북 협력 과속은 아찔하다. 안보 불안은 국민 마음속 평화와 거리가 멀다.
남북문제에 매달려 경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는 발끈했다. 청와대에서 매일 아침 경제 현안과 관련해 보고받고 토론한다고 반박했다. 차라리 무심했다고 시인하는 것이 나을 뻔했다. 매일매일 보고하고 토론한 것이 이 정도라니. 문 대통령은 '양질의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남북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도 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은 확증편향의 결과는 아닌지 의심해 본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안보 불안은 커지는데 환히 웃는 이들은 대통령과 대통령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떠드는 이들밖에 없다. 나라는 정권 입맛에 맞는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올 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반추해 본다. '내 삶이 나아지는 나라'가 되었나. 내 삶은 나아졌는가. 행여 그들의 삶만 나아진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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