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카풀 갈등'… 택시업계·여론 엇갈림 극명

입력 2018-10-22 18:45:19

택시업계 "카풀 도입 시 개인택시 면허가격 급락·영업권 침해 심각"
여론조사 결과 절반 이상 카풀 도입 찬성… 갈등 깊어질까

카카오 카풀 도입을 앞두고 택시 운전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서 택시 운전사가 차량에 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를 요구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카카오 카풀 도입을 앞두고 택시 운전사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18일 오전 대구 한 택시회사 차고지에서 택시 운전사가 차량에 카카오 카풀 도입 반대를 요구하는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출퇴근 시간 카풀(Car Pool)을 할 수 있도록 목적지가 비슷한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결해주는 모바일 앱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시작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보호해 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편리함을 이유로 다수가 서비스에 찬성한다는 시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은 쉽게 숙지지 않을 전망이다.

전국 택시 관련 이익단체가 모인 '불법 카풀 관련 택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 대회'를 열고 "카카오는 법망을 피해 일반 승용차도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게 하는 카풀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만여명(경찰 추산 3만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됐다. 대구경북에서도 760여명의 택시기사가 집회에 동참했다.

이번 집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전자용 카풀 앱인 '카카오T 카풀 크루'를 출시하고 운전자 모집 공고를 내는 등 모바일 카풀 서비스 도입을 본격화한 데 따라 열렸다. 택시업계는 카카오 카풀 서비스가 보급될 경우 개인택시 면허가격이 급락하고, 택시 이용객이 줄어들어 생업이 어려워진다는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의 개인택시 면허 가격은 6천만원 안팎이다. 시가 택시 과잉공급을 이유로 더 이상 개인택시 면허를 내주지 않기 때문에 택시업계에 새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기존 개인택시 기사에게서 면허를 구입해야 한다. 개인택시 면허는 택시기사들에게 일종의 퇴직금이자 재산처럼 인식된다.

현행 여객운수사업법 상 돈을 받고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택시나 버스 등 사업용 자동차 면허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카풀 서비스가 도입되면 택시면허 없이도 운송업으로 돈을 벌 수 있어 면허 가격 급락을 피할 수 없다는 게 택시업계의 주장이다.

아울러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함께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출퇴근시간'을 특정하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현행법 상 카풀은 출퇴근시간대에 한해 돈을 받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카카오 측은 "출퇴근 시간이 점점 자유로워지는 만큼 아침과 저녁 일부 시간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결국 택시업계는 사실상 카풀 서비스가 24시간 운영돼 택시 영업권을 침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업계의 격렬한 반발에도 여론은 찬성 쪽으로 기운 듯한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19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카카오 카풀이 '시민 편익 증진에 도움이 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이 56%로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택시기사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찬성의 절반 수준인 28.7%에 불과했다. '모름, 무응답'은 15.3%로 집계됐다.

과잉공급이 심해 승차거부로 인한 불편이 비교적 적은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북에서도 48.2%가 찬성하고, 반대의견은 28.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갈등이 점점 깊어지면서 택시업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나 난폭운전으로 인한 시민들의 반감이 표출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구는 택시 과잉공급이 심해 승차거부 피해는 거의 없지만, 우리도 찾을 권리는 찾되 시민 비판 역시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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