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면 '나는 하나가 아니다'라는 문구와 대형 스크린에 뜬 여성의 얼굴, 다림질하는 장면이 담긴 3개의 모니터가 보인다.
대개 아름다운 형상을 만드는 인간의 창조활동을 미술작업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창조활동은 차이로부터 가능하고 차이는 정체성의 담론에서 찾을 수 있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오인환은 이런 정체성의 문제에서 시작, 자신의 작업을 주류문화가 허용하지 않는 다양한 '문화 사각지대' 찾기로 설정해 기존의 사회 문화적 규범을 비판하고 도전하는 미술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봉산문화회관은 12월 30일(일)까지 2층 4전시실에서 영상설치 장르인 '오인환-나는 하나가 아니다'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나는 하나가 아니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이 작업에서 오인환은 개인의 정체성이 '복수'(Plural)이기보다는 '단일한' 혹은 '공통적인 것'임을 강조하는 한국사회의 보편적 인식을 바꿔 나 또는 우리의 정체성은 '다층적'이고 '고정되지 않은' 유동적인 상태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특히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린 대형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이 주목을 끈다. 2012년 일본 교토아트센터에서 레지던스 기간에 한 작업, '나의 이름들' 중 하나인 이 영상에서 작가는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호로 이름에 주목한다. 3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이 영상은 이름을 여러 번 변경했던 일본 여성들과의 인터뷰로 그 경험을 소개할 때마다 여성의 자리는 변하지 않지만 장면이 전환되며 인물의 배경이 달라지는 화면처리는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작가는 이름바꾸기 경험이 해당 여성들로 하여금 주어진 정체성을 수용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숙고할 수 있는 열린 조건이 될 수 있음을 표현하고 있다.
결국 이름이란 것도 알고 보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기호에 불과할 뿐 이름으로 대표될 수 있는 '하나의 나'는 없음을 시각화하고 있다.
오인환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일상에서 고정된 문화적 구조를 재해석하고 해체하는 문화 비판적인 발언으로서 미술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문의 053)661-3500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