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가짜 뉴스 대책, 진짜 뉴스가 답이다

입력 2018-10-21 14:47:00 수정 2018-10-21 19:04:47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노동일 경희대 교수

디지털 사회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
가짜 뉴스가 찾고 있는 좋은 먹잇감
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하도록
진짜 뉴스 제대로 생산되게 지원을

#사례1: 이낙연 총리가 김일성 주석을 찬양했다? 처음 단체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위대했으나 검소하셨고, 검소했으나 위대하셨던… 주석님의 삶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워집니다.' 방명록 사진과 함께 이 총리의 김일성 주석 찬양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반박이 이어졌다. 9월 26일 고(故)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 조문차 베트남을 방문한 이 총리가 호찌민 전 국가주석 거소를 방문해 남긴 방명록이라는 설명이었다. 구체적인 증거 앞에 처음 사진을 올린 친구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했다.

#사례2: 북한에 쌀을 지원해서 쌀값이 폭등했다? 시중의 쌀값이 많이 올랐다. 쌀이 남아돈다는데 쌀값이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쌀 몇백만t을 북한에 퍼줘서 그렇다는 얘기가 돌았다. 정부가 미곡 창고를 언론에 개방하고 쌀 유통 과정을 설명했다. 창고에 보관된 비축미를 반출하려면 창고주, 운송회사, 도정공장, 곡물협회까지 동시에 4곳에 연락해야 한다. 몇백만t 쌀을 운송하려면 차량만 수천 대, 관련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비밀을 유지할 방법이 없다.

#사례3: 북한 유류 지원 사실을 감추려 저유소에 불을 냈다? 경기도 고양 저유소 화재를 두고 하는 말이다. 거짓이라는 의심은 든다. 문제는 사실관계에 틈새가 있다는 점이다. 화재 초기 불붙은 탱크에 400만ℓ 혹은 260만ℓ 이상의 유류가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하지만 화재를 신고한 저유소 직원은 4천ℓ라고 말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이처럼 불명확한 사실의 방치는 가짜 뉴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기존 언론의 게으름이 가짜 뉴스의 원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사례4: 최순실의 해외 도피 재산이 300조원에 이른다? 정부의 가짜 뉴스 단속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선 허위 여부를 절대 알 수 없다. 일부에서 아무리 가짜 뉴스라고 신고해도 검경이 단속에 나설 리도 없다. 현 집권층에 불편한 뉴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가 가짜 뉴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명하다. 집권자의 심기를 거스르는 데 대한 불쾌감의 표현이다. 과거 정권의 '유언비어 단속'이나 현 정권의 '가짜 뉴스 대책'은 결국 같은 맥락이다.

표현의 자유 등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위의 사례는 효과적인 가짜 뉴스 대책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시민과 언론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리의 사례는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바로잡은 경우이다. 쌀값의 경우는 정부와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함께 전달한 사례이다.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free market of ideas)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정부가 나서 처벌, 정보 삭제 등의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어땠을까. 디지털 사회에서 모든 채널의 봉쇄는 불가능하거니와 진짜 뉴스로 가짜 뉴스를 치유할 기회를 상실했을 것이다. 가짜 뉴스가 파급력을 상실한 것은 진짜 뉴스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집권 여당과 진보 진영 일각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점이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기 전까지 가짜 뉴스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말도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새누리당이 7건이나 되는 가짜 뉴스 대책 법안을 냈지만 하나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정부 여당은 또다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할 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기존 언론들이 진짜 뉴스를 제대로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정도이다. 한마디로 가장 좋은 가짜 뉴스 대책은 진짜 뉴스이다.

#사족: '최순실 해외 도피 재산'은 모쪼록 사실로 드러났으면 좋겠다. 경제도 어려운데 300조원이 국고로 환수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말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