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과연 북한을 방문할지, 간다면 방북시기는 언제쯤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 시간으로 18일 오후 교황청에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방북 의향이 있음을 확실히 한 것으로 교황청의 관례대로 공식 초청장까지 주문했다.
교황이 초청장을 받겠다고 함에 따라 교황 방문 일정은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초청장 발송을 통해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식 초청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전통적으로 형식과 절차를 중시하는 교황청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교황의 해외 방문은 개별 국가 정상의 초청과 함께 그 나라 가톨릭 대표 단체인 주교회의 차원의 초청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고, 교황이 이를 수락해야 가능해진다.
김 위원장의 공식 초청장 발송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종교를 아편으로 보면서 종교활동을 철저히 통제하는 사회주의체제의 특성에다 수령체제라는 독특한 통치시스템까지 갖춘 북한으로서는 교황의 방문이 가시화할 경우, 태도를 급하게 바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지난 5월 펴낸 '3층 서기실의 암호'에 따르면 북한은 1991년 교황 초청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외교적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해 교황의 방북을 추진한 것이다. 1991년 소련은 붕괴됐고, 동서 냉전은 공식적으로 종식된 해였다.
태 전 공사는 김일성 주석이 "교황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뉴스를 보면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북한에 오게 한다면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고 썼다. 또 교황청이 북한에 천주교 신자가 있다면 바티칸에 데려와달라고 요구했고, 북한 노동당은 한 할머니를 찾아내 바티칸에 데려갔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러나 교황의 방북은 성사되지 않았다. 태 전 공사는 "이 일을 통해 노동당은 종교의 '무서움'을 절감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교황의 평양 방문이 천주교 열풍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 중국과 교황청의 관계가 교황의 방북 성사 여부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교황청이 지난 달 하순 중국과 주교 임명 방식에 잠정 합의하며 60년 넘게 단절된 관계 개선의 물꼬를 겨우 튼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급속도로 진전시키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이런 부담에도 교황 초청을 최종 결심한다면 김 위원장은 과거 북한과 교황청간 가톨릭 교류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을 교황청에 특사로 보내 공식 초청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공식 초청장이 교황청에 전달되면 교황이 과연 언제 방북을 하느냐로 관심이 모아지게 된다. 교황은 해외 방문 때 지리적으로 가까운 2∼3개국을 모아서 순방한다는 점을고려하면, 내년에 일본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이미 밝힌 교황이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도 함께 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교황청 외교가에서는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내년 4월 30일 퇴위하고, 다음날인 5월 1일 나루히토 왕세자가 즉위할 예정이라는 점을 들어 교황의 내년 일본 방문은 새로운 왕이 즉위하는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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