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회 그거 없앤다더니…." 얼마 전 정치 토론(?)을 하고 계신 어르신 두 분과 대화를 나누다가 기초의원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물론 기초의원에 대해 모른다고 해서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아니며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다. 기초의원들이 주민들의 눈에 띄는 의정활동을 하지 못했고, 우리가 주로 접하는 기초의원 소식은 온통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갑질 논란, 겸직 문제, 외유성 출장, 성추행, 불성실한 의정활동 등 잊을 만하면 기초의원들의 사건·사고 소식이 들린다.
크고 작은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기초의회 폐지론'도 함께 떠올랐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가 서울과 6대 광역시 기초의회를 없애는 계획을 내놨었고, 지난해에는 광역의회와 기초의회를 통합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의회를 없애달라'는 글이 최근에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등 기초의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여전하다.
그런데도 6·13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기초의회는 등장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대구 지역 기초의회는 한 정당이 독식해 왔었다. 다양성이 실종된 의회에는 찬반 토론이 있을 수 없었고, 기초단체장마저 같은 정당이다 보니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기초의회 본연의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 기초의회는 6·13 지방선거 당시 대구 전체 기초의원 116명 가운데 자유한국당 62명, 더불어민주당 50명, 바른미래당 2명, 정의당 1명, 무소속 1명이 차지해 독점 구조가 깨지고 다당 구도가 마련됐다. 수성구의회의 경우 민주당 10명, 한국당 9명, 정의당이 1명으로 TK에서 기초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의장이 나왔다.
4개월여가 지나면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최근 대구시의회에 이어 기초의회들도 업무추진비 공개 관련 조례 제정 움직임을 보인다. 대구 북구의회와 서구의회가 기초의회 중 가장 먼저 조례 제정에 나섰고, 다른 기초의회들도 제정을 검토하고 있다. 기초의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겠다는 취지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기초단체장의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비판을 받던 과거와 달리 집행부의 행정을 비판·감시하는 역할도 해나가고 있다. 현재 행정사무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기초의회에서는 의원들이 사전 자료조사를 통해 예산 낭비나 공직 기강 해이 등을 꼬집는 모습도 펼쳐지고 있다.
이번 기초의회도 달서구의회 등 일부 의회가 초반 의장단 구성을 두고 장기간 파행을 이어가는 민망한 밥그릇 싸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기대했던 주민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겼다.
주민들에게 존재감 있는 기초의회로 거듭나려면 처음 맞은 다당 구도에서 소통과 협치를 해야만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주민들을 만나고, 주민들의 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조례 제정에도 힘쓴다면 기초의회를 오랫동안 괴롭히고 있는 '폐지론의 유령'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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