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쇠퇴가 대한민국 쇠퇴를 견인할 것"…위기에 공감하고 수요 맞춤형 정책 마련해야

입력 2018-10-14 19:13:23

이상호 박사
이상호 박사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지방소멸 속도는 너무 빠른데, 그 중에서도 대구경북이 제일 빠릅니다. 구미·포항을 제외한 농어촌 지역 소멸위험 지수는 훨씬 심각합니다. 이대로라면 대구경북에 미래는 없습니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를 졸업하고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일하며 '지방소멸'이란 화두를 한국 사회에 던진 이상호 박사는 14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구경북의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한 첫 단추는 '대구경북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는 것을 모두 공감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쇠퇴가 한국 전체의 쇠퇴 견인할 것"

이 박사는 "앞으로 대구경북이 경험할 쇠퇴 속도는 한국 전체 쇠퇴를 견인할 만큼 빠르고 집중적일 것"이라며 "전남 등 호남은 지금이 쇠퇴의 저점이며 일어서려는 움직임이 있다. 충청, 강원권은 '준수도권'으로 성장을 누린다. 부·울·경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품고 있고 자체 생산 역량도 있다. 대구경북이 가장 취약하다"고 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2016년은 우리나라 인구구조에 큰 변화가 일어난 기점이다. 젊은 여성 인구보다 고령 인구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경제 쇠퇴, 일자리 상황 악화가 지역별로 비대칭적이라는 점이다. 즉, 농어촌 지역이 인구구조의 충격을 더 심하게 겪는다는 것.

이 박사는 "지역 청년은 삶과 경제 생활을 영위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도시, 수도권으로 떠난다. 이러한 현상을 단편적 흐름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인구구조의 근본적 변화로 여겨야 한다"면서 "지역 정책적 역량과 국가적 역량을 지방소멸 대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책은 미흡하기만 하다. 각 기초단체는 출산장려금, 각종 청년 지원금 등 드러난 현상 대처에만 급급하다. 이 박사는 "지방소멸을 억제할 단기 대책과 장기 대책, 직접 정책 수단 등 사업의 유형을 구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더는 중화학, 전자,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총량이 증가하기 어렵다. 쇠퇴 국면에 들어간 산업의 공장 일부를 유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쉽지도 않다"고 일갈했다.

◆제조업·수도권 중심 벗어나 '제2기 균형발전' 정책 필요

이 박사는 제조업, 수도권 중심의 우리나라 생활 양식의 근본적인 재전환을 의미하는 '제2기 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과거 제조업, 대기업, 고임금, 고생산성 중심의 순환 모델은 울산, 부산, 구미 등 지역 거점 도시를 만들었지만, 미래 한국에는 맞지 않다"며 "복지 서비스와 일자리를 함께 제공하는 모델 등 새로운 산업 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선 양육, 돌봄, 건강, 의료 서비스 등 복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한다"며 "최저임금보다 나은 생활 임금을 제공하며 복지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모델을 지역 공동체에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했다.

이 박사는 또 "지금까지 각종 저출산·고령화 대책은 정책 공급자의 시각에서 만들어지는 사업이 많았다. 주거, 교육, 복지 등 인프라를 구성할 때 수요자의 욕구를 충분히 조사하고 반영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며 "인프라 구성 후 지속 가능한 다음 단계로 성장하려는 계획까지 사업 구상 단계에서 마련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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