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풍계리 사찰단 어디까지 보고 올까…시료채취 여부 관건

입력 2018-10-10 17:17:47

북한 핵 실험 '역사·실력' 추정 영역까지 허락할지에 촉각
강경화 "풍계리사찰단 韓전문가 참여 美와 긴밀 소통중"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방북에 북미가 합의한 가운데 사찰단이 과연 '어느 수준까지' 확인할 수 있을지에 외교가의 관심이 쏠린다.

단순히 핵실험장이 다시 쓸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는지만 확인하는 선을 넘어 1∼6차 핵실험이 진행된 풍계리에서 북한 핵 능력의 현주소를 추정하는데 도움되는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일(현지시간) 풍계리 사찰단 방북 건을 발표하면서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으로 해체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찰단"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 기자가 '풍계리 핵실험장은 북한이 지난 5월 이미 폭파한 곳'이라고 지적하자 "기자들을 초청한 것과 사찰단을 초청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사찰단이 풍계리에 들어가면 우선 북한이 기존에 핵 실험을 한 2번 갱도와, 만들어 놓고 실제 핵실험은 하지 않은 3·4번 갱도가 입구뿐 아니라 속 깊은 곳까지 파괴돼 다시 쓸 수 없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정도까지는 북미 간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풍계리 핵실험장이 담고 있는 북한 핵실험의 역사와 핵 능력을 추적하는 영역까지 북한이 허락할지는 미지수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핵실험(2∼6차)이 이뤄진 2번 갱도의 경우 갱도 바깥의 '환경 시료' 채취, 북측 전문인력과의 대화 등을 한다면 과거 핵실험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번 갱도 입구 주변 식물과 돌, 흙 등을 이용해 방사능 동위원소 측정을 하면 핵실험 당시 사용한 핵물질이 플루토늄인지 우라늄인지 등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핵실험으로 형성된 지하 공동을 굴착해서 시료를 채취하면 핵 실험 때 핵 분열이 어느 정도 일어났는지를 알 수 있다"며 "그것으로 북한의 핵무기 '실력'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전 연구원은 "지하 공동을 굴착하려면 장비도 실어 날라야 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사찰단이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핵 사찰단에 어느 정도의 활동을 허용할지는 이르면 내주 열릴 스티븐 비건 미 대북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 협상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찰단에 우리 정부 관계자가 포함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0일 앞으로 있을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 등에 한국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문제에 대해 "미국과 계속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국제 사찰단에 한국 전문가가 마땅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이날 국방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풍계리 사찰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요청했느냐'는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질의에 "아직 세부적으로 그 부분까지는 협의는 안 되어 있지만, 그간 핵사찰과 관련된 부분에 북미 간에 협의가 이뤄지면 우리 한국도 참여해 할 수 있도록 의사를 전달했고, 우리 나름대로 (사찰)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정 장관은 "우리가 참여하겠다는 의사가 전달됐다"면서 "전체적으로 (북미 간에) 비핵화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 한국 측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은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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