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안보시력은 얼마입니까?'
모두 읽으실 수 있나요? 맨 아래 글자까지 읽을실 수 있다면, 시력 2.0입니다. 과거 국정원(국가정보원)에는 '광고천재' 이제석 같은 직원이 적잖게 있었나 봅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간첩 신고 홍보를 시력검사표라는 아이디어로 꾸미다니요.
우리사회
곳곳에는
간첩과좌익
사범및국제범죄
사범이숨어있을지
모릅니다여러분의
신고정신이국가
안보를지켜줍니다
당시 간첩 신고 상금도 눈에 띕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 상금 제도는 상금 변천사가 제일 눈길을 끄는 요소입니다.
70년대에 간첩 500만원(이하 최고액 기준), 간첩선(간첩들이 타고 온 배나 잠수정 등) 1000만원이었습니다.
80년대에는 간첩 3000만원, 간첩선 5000만원으로 5~6배로 인상됐습니다. 당시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며 물가 역시 큰 폭으로 뛰었으니 인상에 일리가 있습니다.
이어 90년대에도 간첩 1억원, 간첩선 1억5000만원으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2011년 간첩 5억원, 간첩선 7억5000만원으로 16년만에 올랐습니다. 수억원씩 오른 겁니다. 정부는 인상 이유로 "국민들의 안보의식과 신고 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당시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며 '간첩 로또'라는 제목을 기사에 달았습니다. 로또 복권 1등 당첨금 액수와 비슷하니 간첩을 잡으면 인생이 '쫙' 편다는 얘기였습니다.
이어 2016년 신고 상금 최대한도가 20억원으로 '확' 올라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간첩 등 국가안보 위해 사범의 활동이 수법이 날로 은밀화 및 지능화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상금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간첩 신고 전화도 한차례 변동이 있었습니다. 1965년 '113'이 도입됐습니다. 이어 2002년 '111'이 추가됐습니다. 113은 경찰청으로, 111은 국정원으로 연결되는 게 차이점입니다. 어릴 적에 날씨를 알아보려고 '131'(일기예보 안내전화)을 누른다는 게 그만 113을 눌렀다가 왠 아저씨가 낮게 깐 목소리로 전화를 받길래 깜짝 놀라 끊고는 '혹시 장난전화 했다고 잡으러 오는건 아닐까' 걱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 밖에도 새마을운동 심볼에 곁들여진 '반공'이라는 글자, 동네 골목마다 한집씩 있었던 '주민신고센타' 등의 흔적을 오래된 골목길에 가면 지금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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