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8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하면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했다. 북한 김정은과 면담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면담 내용 중 공개되지 않은 부문에서 그런 성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만 놓고 봤을 때 동의하기 어렵다.
폼페이오의 방북에서 미국이 목표로 한 것은 영변 핵시설의 신고·검증과 핵무기·핵물질·핵시설의 리스트 제출이었다. 이는 김정은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이다. 그러나 리스트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물론 언제 제출하겠다는 언질도 없었다. 폼페이오가 무엇을 ‘중대한 진전’으로 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사실을 놓고 봤을 때 그의 방북은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한 평가다.
그나마 ‘진전’으로 포장되는 풍계리 핵실험장의 사찰 수용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미 6차례 핵실험으로 자체 핵 능력의 ‘신뢰성’을 이미 확보했다. 더 이상 핵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바꿔 말해 북한에 풍계리 핵실험장은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핵무기, 물질, 시설의 폐기·신고·검증이라는 비핵화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건드리지 못하고 변죽만 울린 것이다.
그런데도 폼페이오는 ‘중대한 진전’이라 하고 김정은도 만족을 표시했다. 이를 두고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무엇이든 보여줘야 한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핵화 협상을 최대한 질질 끌려는 김정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사실들은 우리에게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그 현실이란 북핵이란 ‘현상’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확인된 사실과 상관없는 일방적 판단이다. 북한 비핵화는 이런 설익은 기대나 근거 없는 낙관으로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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