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도 300~400km, 본체 88m, 태양전지 날개 108m, 외기(外氣) 온도는 영하 100~161도. 소리도 기압도 산소도 없다. 시속 2만7천700km로 지구를 하루 15.78회 공전하는 구조물.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의 제원(諸元), 환경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은 ISS에서 1년간 우주체류 업무를 마치고 귀환한 우주인 스콧 켈리의 자전적 에세이다.
2015년 3월 카자흐스탄 우주기지에서 소유즈호를 탄 후 1년 뒤 지구로 귀환하기까지 직접 보고 겪은 ISS와 우주공간에 대한 정보와 감상을 상세하게 풀어냈다,
◆상상 속 우주인의 일상이 눈앞에
이 책은 인류의 꿈과 과학 비전이 담긴 ISS의 구조와 명칭, 그 곳에서 벌어지는 우주인들의 임무와 일상을 상세히 소개한다. 단순 재미로만 접근하면 우주 마니아들의 관심을 충족시킬 만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가득하다. 그러나 우주인들의 일상은 우리의 호기심과는 달리 분초 단위로 진행되는 긴장의 연속이다.

우주인들의 주 임무는 기본적으로 무중력의 공간에서 생기는 신체의 변화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특히 쌍동이였던 스콧 켈리의 경우 지구에 있는 형제와 다양한 비교 연구를 수행해 관심을 끌었다.
또 우주 식량 재배를 위한 사전 연구로 상추와 꽃을 기르고, 지구를 관찰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도 주요 과제. 내부의 실험뿐만 아니라 아주 드물게는 허블 망원경 같은 중요한 장비의 수리를 위해 우주선 외부로 나가는 우주유영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은이는 '미디어에서 흥미로운 레저처럼 여겨지는 이 유영이 다른 어떤 활동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밖에서의 작은 실수가 생사를 결정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스콧 켈리의 글은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러한 우주의 긴박함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타이트하게 돌아가는 ISS에도 주말 개념이 있다고 한다. 주말에는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지구에서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기도 한다. 간단한 육체활동이나, 가족들과 통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상(地上)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중력 공간에서도 운동은 필수다. 운동을 하려면 멜빵을 찬 다음 러닝머신의 로프에 연결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몸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주식으로 포장된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말라붙은 땀 조각을 물티슈로 닦고 수건으로 물기를 훔치는 것으로 샤워를 대신한다. 소변을 보는 것도 조심스럽다. 자칫 용변이 새면 방울방울 우주선 내부를 날아다니기 때문에 늘 조심스럽다. 모아둔 소변은 증류하여 식수로 만들어 마신다.
◆영화보다 더 실감나는 ISS 묘사
우주 영화하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영화 '그래비티'를 떠올린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러 우주를 탐사하다 위기를 맞은 라이언 스톤(샌드라 블럭 분)의 고군분투를 다룬 영화다. 인공위성 잔해가 ISS와 부딪치면서 충격으로 우주로 내던져진 그는 죽을 고비를 넘겨 지구로 귀환한다. 영화는 우주인들도 감탄할 만큼 ISS에서의 생활을 생생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영화보다 ISS에서의 생활을 좀더 세밀하게 그린다. 지은이는 지금까지 네 차례 우주 비행으로 모두 520일을 우주에서 생활했다. 우주공간에서의 사소한 일상은 저자의 펜끝에서 라이브 방송처럼 되살아났다.
우주정거장의 외양은 어떨까. 1990년대 우주정거장 계획에 따라 16개국이 공동으로 만든 ISS는 거대한 음료수 캔 여러 개를 줄줄이 연결한 것처럼 생겼다. 거대한 태양 전지판 여러 개가 몸통 위아래에 붙었다. 규모는 축구장만 하며 러시아, 미국, 일본 등 여러 나라 우주인들이 주 출입자들이다.
영화는 우주에서의 생활이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것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지은이는 '아마 많은 이들이 흥미 위주로만 바라본다면 우주인을 동경하거나 신비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접근을 경계한다. 그는 "여기서 살다 보면 자연이 얼마나 절절히 그리워지는지 살아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한다. ISS에서 생활하는 우주인들이 빗소리, 새소리, 나뭇가지에 바람 부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녹음한 것을 즐겨 듣는 이유다.

◆"우주인의 가장 큰 덕목은 '인듀어런스'"
21세기의 우주인을 선발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과 자질은 무엇일까. 과거엔 조종 능력이나 연구 역량에 많은 비중을 두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 그리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능력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많고 비좁은 환경에서 장기간 체류하면서도 동료들과 원만히 지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원 한 명 한 명은 모두 고강도의 다양한 작업을 함께 수행할 동료대원일 뿐 아니라, 룸메이트이자 전 인류의 대표자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자란 스콧 켈리는 대학 신입생 때 톰 울프가 쓴 '영웅의 자질'을 읽고 크나큰 감명을 받아 우주인의 꿈을 꾸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의 스펙은 열악했다. 우주인이 되기 위한 길 중 하나로 생각했던 학교로의 편입도 요원해 보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해군 장교와 공군 전투기 조종사를 거쳐 마침내 미국항공우주국(NASA) 베테랑 우주인이 되었다.
열등생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우주인이 되고,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우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무미건조한 ISS에서의 생활을 이어 가기까지 무엇이 가장 필요했을까. 지은이는 그 덕목, 자질을 이책의 제목 '인듀어런스'(인내)에서 찾고 있다. 508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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