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 70대 건물주 항소심에서도 무죄

입력 2018-10-03 17:57:20

부모와 갈등 빚던 딸의 진술 신빙성 크게 떨어져

대구고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박준용)는 공사대금으로 갈등을 빚던 업체 대표를 살해하라고 지시한 혐의(살인교사)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건물주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본지 6월 11일자 12면)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재판에 넘겨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75) 씨는 2015년 9월 13일쯤 자신 소유의 건물에 엘리베이터 설치 공사를 벌이던 업체 관계자들과 공사대금 문제로 여러 건의 송사를 치르던 중 자신의 딸에게 “업체 대표를 해칠 사람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혐의(살인교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실제 살인 청부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심에서 무죄가 나자 검찰은 A씨와 딸이 대화한 내용이 녹음된 음성파일과 딸의 베트남 출입국 기록 등을 근거로 A씨가 딸에게 준비자금으로 3천만원을 지급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어머니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던 딸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딸은 2015년 7월부터 상당한 자산가였던 A씨에게 "돈을 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해왔지만 A씨는 딸의 요구를 거절했다.

딸은 2016년 10월쯤 새벽에 A씨의 집을 찾아갔다가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입건되기도 하는 등 어머니와 친밀하거나 돈독한 사이도 아니었다. 딸이 2살 때 남편과 이혼한 A씨는 딸과 줄곧 떨어져 지냈고, 재혼한 남편 사이에 2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딸은 피해자인 공사업체 관계자들에게 ‘어머니와의 대화 내용이 담긴 음성을 넘겨 드리면 경비를 좀 줄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기도 했고, 어머니가 기소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사진을 피해자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해당 사진에는 현금다발과 피해자들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인적사항이 적힌 쪽지가 담겼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7명의 배심원 모두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고, 원심도 배심원 평결을 그대로 채택했다"며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계좌추적 내역만으로는 딸과 A씨 사이에 거액의 현금이 오갔다는 사실을 증명되지 않는다. 딸이 베트남으로 출국한 지 이틀 만에 귀국하는 등 배심원의 평결은 잘못됐다고 볼만한 증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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