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수출 실적 2013년 367억달러에서 2017년 283억달러로 추락…무너지는 수출탑
내륙 수출도시였던 구미의 각종 경제 지표가 추락할 대로 추락해 '구미는 더는 기업하기 힘든 곳'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구미 경제가 위기라는 지적은 10여년 전부터 나왔지만 그동안 실질적인 해법 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경매 물건으로 내몰리는 기업체들
대기업 협력업체가 많은 구미산단의 경우 삼성·LG 등 대기업 계열사가 베트남·중국 등 해외로, 평택·파주 등 수도권으로 각각 생산 비중을 옮기면서 주문량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에 휩쓸리는 중소기업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부도 난 중소기업이 무더기로 법원 경매물건으로 내몰리고 있고 공장 문을 닫거나 가동 중단 상태에 직면한 소규모 중소기업도 부지기수다. 구미산단 내 공장 담벼락, 전신주 등에서는 '공장 임대·매매'를 알리는 현수막, 스티커 등이 쉽게 눈에 띈다.
최근 매물로 내놓은 중소기업이 부쩍 늘었지만, 거래조차 거의 이뤄지지 않아 경매 물건으로 내몰리는 기업체가 늘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얘기다. 지난 2일 법원 경매정보에 따르면 법원 경매절차를 진행 중인 구미 중소기업은 10건, 경매 예정 중소기업은 19건에 달한다. 경매 물건으로 나오는 기업체가 매월 5건 정도씩 발생하는 상황이다.
기업 부도가 잦다 보니 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 담당 업무를 기피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구미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2, 3년 전부터 부도가 나는 기업이 많아 기업대출을 서로 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구미 1산단의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장기화하는 불경기로 주문량이 감소한 데다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 등 각종 원가 상승 압력으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무너지는 수출탑, 추락하는 공장 가동률·근로자 수
구미의 각종 경제지표는 침체한 구미 경제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수출 실적은 2013년 367억달러로 정점을 찍었으나 2014년 325억달러, 2015년 273억달러, 2016년 247억달러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83억달러로 소폭 늘었지만 올해 다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까지 구미 수출액은 171억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7억9천200만 달러보다 3.9% 줄었다.
구미의 전국 수출 비중도 2005년 10.7%에서 2007년 9.4%, 2009년 8%, 2010년 6.0%, 2014년 5.6%, 지난해 4.9%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8월 기준 4.3%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도시 구미라는 명성이 무색한 상태다.
구미산단의 공장 가동률도 계속 낮아져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14년까지만 해도 가동률은 80%를 넘었으나 2015년 말 68%, 지난해 말 66.5%로 크게 낮아졌다.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61.3%까지 떨어졌다. 특히 구미산단 내 50인 미만 기업체의 가동률은 39.3%에 불과해 소규모 기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근로자 수는 2015년 10만2천24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9만5천901명으로 10만 명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는 9만5천153명, 올해는 지난 6월 기준 9만4천513명으로 줄어 최근 2년 반 만에 근로자 7천727명이 구미산단을 떠났다.
◆주력기업의 부진…암울한 경기 전망
구미산단의 기업 체감경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가 최근 구미의 제조업체 87곳을 대상으로 2018년 4/4분기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는 기준치(100)보다 훨씬 낮은 68이었다. 이는 전분기 전망치(79)보다 1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올 하반기에도 경기가 암울함을 예고하고 있다.
구미산단의 주력 기업인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사업 실적도 그리 좋지 않다. 삼성의 모바일 사업은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LG디스플레이 역시 LCD(액정표시장치) 사업 악화로 인한 적자, 사업구조 고도화 과정에서 발생한 유휴 인력 등에 따라 이달부터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이 회사가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는 것은 1985년 회사 출범 후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탓에 올해 상반기(4월 기준) 구미의 실업률은 5.2%로 전국 154개 시·군 중 거제시(7.0%), 통영시(6.2%), 안양시(5.9%)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구미시의 실업자 수는 1만2천명에 달한다.
◆"대기업 투자 유치해야"…정·관계 총력펴야
구미 경제 살리기를 위해 구미시와 지역 정치권, 경북도는 대기업 투자 유치 등 각종 대책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7월 취임한 장세용 구미시장은 구미 5산단에 자동차부품업체 PL&J케미칼과 350억원, LCD·LED 공정장비 개발 및 제조업체 ACD㈜와 1천억원 투자 양해각서를 각각 체결하는 등 기업투자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장 시장은 구미 5산단에 대규모 투자와 국비 유치를 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구미 5산단 분양 활성화를 위해 입주 업종(7종에서 16종)을 확대하는 한편 5G 테스트베드 구축, 대기업 유치 등을 위해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올 연말쯤에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미형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 수립, 개방형 제조혁신 플랫폼 구축 등 산업 다양성 확보로 지역경제를 살리겠다"고 강조했다.
장석춘(구미을) 자유한국당 의원은 "대구공항 이전 부지를 빨리 확정, 구미산단 기업체의 원활한 물류를 지원하고 구미 5산단 투자 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혜택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경북도는 전자산업 중심의 구미 제조업 기반에 5G, 스마트팩토리 등 국책사업을 통해 구미를 국가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워두고 있다. 구미 금오테크노밸리를 5G테스트베드와 홀로그램, 웨어러블 스마트디바이스 등 국책사업 추진의 혁신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또 구미 1공단에 건립 중인 지식산업센터 중심의 스마트의료기기산업 육성, 스마트팩토리 시범단지 조성 사업으로 구미공단을 스마트제조단지로 만들 작정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구미 경제를 살리기 위해 대기업은 물론 중견·강소기업 등 기업 유치가 중요하다"며 "기업 유치를 위해 20명 규모의 투자유치 특별위원회를 구성,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침체된 지역경제를 반등시키기 위한 '대기업 투자 유치' 등은 지역 차원에서 성사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여서 구미 경제계와 시민들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구미상의 관계자는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선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구미 지역에 대기업 투자 유치, 인프라 지원 등 지역경제를 반등시킬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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