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DMZ 지뢰 제거

입력 2018-10-01 05:00:00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2015년 8월 4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DMZ)에서 목함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났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수색 통문 인근에 매설한 목함지뢰를 육군 1사단 수색대원들이 밟아 부사관 2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수색팀원 8명 중 두 명이 크게 다쳐 생사를 오가는 순간 팀원들이 부상자 2명을 이송해 동료를 살렸다.

'Remember 804'(8월 4일을 기억하라) 행사가 지난 8월 3일 파주 육군 1사단 민통선 지역에서 열렸다. 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3주년을 기념한 행사였다. 이 자리에는 자유한국당 이종명 국회의원도 참석했다. 경북 청도 출신인 이 의원은 1사단 전진부대 수색대대장이던 2000년 6월 파주 DMZ에서 수색 작전 중 지뢰를 밟은 동료를 구하려다 지뢰 사고로 발목 아랫부분을 잃었다. 그는 "위험하니 들어오지 마라. 나 혼자 기어 나가겠다"며 부하들의 접근을 막고 지뢰 지대 10여m를 포복으로 빠져나왔다.

오늘부터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일대에서 지뢰 제거 작업이 시작된다. 평양 정상회담에서 서명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의 본격적인 이행의 하나다.

국제지뢰금지운동(ICBL) 등에 따르면 DMZ 지뢰는 남북을 합쳐 200만 개나 된다. 이를 모두 제거하는 데 489년이 걸릴 것으로 국방부는 추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담소를 나누며 걸었던 판문점 도보다리 주변에도 지뢰가 묻혀 있다. 북한군이 주로 쓰는 목재와 플라스틱 등 비금속 대인지뢰는 땅속 5~10㎝만 묻혀 있어도 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종명 의원은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중적 측면을 지닌 존재라고 규정했다. 민족공동체 형성을 위해 함께 협력해야 하는 통일의 대상인 동시에 군사적으로 대결 상태에 있는 경계 대상이라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속도는 시속 1㎞도 안 되는 반면 남북 관계는 시속 100㎞로 질주하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에서 DMZ 지뢰 제거 작업과 같은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 행위 중지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숙고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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