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양교육원 교수
지구촌 난민 6천800만명에 이르러
대학 교양과목 토론 주제로도 부각
안전한 곳을 찾는 세계적 이주 현상
민족적 경계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필자가 맡고 있는 교양과목에서 수강생들은 팀별로 자유롭게 사회 주제를 정해서 그것에 관해 조사하고 발표를 하게 된다. 몇몇 수강생들은 자유탐구 주제 선정에 막막해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목차를 간략하게 구성한다. 지난 학기까지 사회 이슈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다문화' '난민' 관련 이슈가 이번 학기에는 수강생들이 가장 많이 다루고 싶은 주제가 되었다. 왜 특별히 '난민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때 '난민'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 어떤 '이미지', 타자관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가?
2018년 전 세계 각지에서 국경을 넘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난민은 약 6천800만 명에 이른다. 전 지구적 망명과 이주의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자국에서의 내전,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나라의 공격,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의 터전을 잃고 안전한 곳을 찾아 거주지를 떠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 환경 재해, 자국의 산업 착취 현실과 같은 경제적 환경으로 인한 극도의 빈곤을 들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난민 문제'라는 말은 한국으로 대량 유입하는 난민으로 인해 문제가 비로소 발생하는 사안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요컨대 '난민 문제'라는 말 자체는 난민 유입과 관련한 복잡한 사회정치적, 경제적 연관 관계보다 단순히 '난민'에 초점을 두고 문화적, 민족적, 종교적 출신을 부각시키고 있다. 또한 난민에 대한 '불법이주자' '우리'와 완전히 다른 '그들' '자살폭탄테러' '범죄' 등을 연상케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있다. 몇몇 언론과 소셜미디어가 퍼뜨리고 있는 단어와, 제주에 입국한 난민들을 '잠재적 테러범'과 '가짜 난민'으로 설명하는 내용은 난민 반대를 심화하고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에서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난민 유입을 둘러싼 갈등과 반이민 정서는 2015년 연말 쾰른에서 일어난 이민자 집단 성범죄와 지난달 동부 작센주의 소도시 켐니츠 사태를 통해 강화되고 있다. 이때 켐니츠에서 일어난 극우단체의 폭력시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독일 사회 내부에 여전히 존재하는 극우주의와 인종차별주의를 비판하는 계기를 촉발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극우세력과 분리시키며 자신과 인종주의 문제와의 밀접한 연관성을 간과하는 데 기능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 푸코는 현대 사회에 작용하는 권력을 단순히 개인을 억압하는 힘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 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 내재한 것으로 보았다. 그에 의하면, 권력은 특정한 계급이 소유하는 것을 넘어, 개인들이 자기 확신에 차 있는 가운데 지배 담론을 사용하고 지식을 생산함으로써 공고화되고 있다. 푸코는 그의 후기 사상에서 '통치성'이라는 용어를 제시하면서 인간이 권력에 종속되는 동시에 스스로 주체가 되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1948년 선포한 세계인권선언에 의하면 망명이란 '모든 사람이 박해를 피해 타국에서 피난처를 구하고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라는 사실, 즉 인권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편적 가치인 인권과 국제적으로 합의하고 우리나라도 가입한 난민 협약의 단어조차도 '우리'와 '그들'을 가르고 서열화하는 난민 지배 담론에 편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 이주 현상에 직면하여,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굳건해지고 있는 민족적 경계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두고, 난민을 포함한 이주자들이 한국의 난민 정책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망명과 이주가 세계화로 인해 강화되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갈등 상황과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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