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상식] 매너리즘(mannerism)은 무슨 뜻?

입력 2018-08-09 16:21:33 수정 2018-08-09 16:30:57

Jacopo Pontormo, Entombment, 1528; Santa Felicità, Florence
Jacopo Pontormo, Entombment, 1528; Santa Felicità, Florence

매너리즘(mannerism)의 의미를 궁금해하는 네티즌이 많다.

매너리즘은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취함으로써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을 가리킨다. '타성'(惰性)이라는 말과 닮은 뜻이다.

타성은 '오래되어 굳어진 좋지 않은 버릇. 또는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을 가리킨다.

따라서 '매너리즘에 빠지다'라는 표현과 '타성에 젖다'라는 표현은 같은 의미이다.

매너리즘의 어원은 이렇다. 17세기 이후부터 미술 관련 문헌에서 쓰이기 시작했는데, 원래 하나의 예술 양식을 가리켰고, 또 예술 비평을 할 때에도 언급되던 것이 이제는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문학비평용어사전에 따르면, 매너리즘이란 예술 창작이나 발상 측면에서 독창성을 잃고 평범한 경향으로 흘러 표현 수단이 고정되고 상식적으로 고착된 경향을 총칭한다. 가령 일정한 기법이나 형식 따위가 습관적으로 되풀이되어 독창성과 신선한 맛을 잃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에는 현상 유지 경향이나 자세를 가리켜 흔히 매너리즘에 빠졌다고도 말한다.

하인리히 뵐프린은 1520년 라파엘이 사망한 후 회화에는 완전한 뜻에서 고전적인 작품은 없다고 피력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1520년 이전의 작품에서도 이미 그런 경향은 부분적으로 지적될 수 있다. 비고전적 특징은 한동안 후기 르네상스적, 또는 전기 바로크적, 또는 매너리즘적이라고 불려왔다. 진정한 뜻에서 이들은 같은 시기에 유사한 경향을 가졌지만 상호 약간의 차이점을 띤 복합적인 방향으로 인정되어왔다. 그 중에서도 매너리즘적인 작품은 상당한 기간 동안 말기적 또는 퇴폐적이고 비창의적인 것으로 과소 평가되어왔다.

20세기초에 접어들어서야 막스 드보르작을 위시한 학자들에 의해 이런 부정적 시대 개념이 지양되고 매너리즘은 독자적인 하나의 미술 양식으로 재평가되었다. 피렌체의 폰토르모에서 출발하여, 파르미지아니노, 로소 피오렌티노, 브론치노, 후기의 미켈란젤로, 틴토레토, 쥬제페 아르침볼디, 엘 그레코, 몬수, 바사리로 이어지는 16 세기의 예술가들이 이에 해당한다. 그들은 그와 같은 비고전적인 경향 때문에 오늘날에 와서는 오히려 커다란 주목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한 역사적 시기의 작가들이라는 매너리스트들로서의 평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그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예술 세계 때문에 현대인의 커다란 공감의 대상이 되어 현대에 와서 재발견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시대어로서 모던이라는 말이 처음 사용된 이 매너리즘의 시대는 그런 뜻에서 이전의 가치 체계에 대한 하나의 반역의 시대로서 그런 특징이 생활 감정과 예술 전반에 다 함께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그것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비 고전적 내지는 반고전적인 것으로 주관주의와 기능주의를 그 근본 성격으로 한다. 그것은 주지주의적인 시대에 반주지주의로, 합리주의적인 시대에 반합리주의로 등장해 전자에 반대 입장을 가지면서 공존했다. 이런 특유한 현상은 르네상스 시대가 이상적인 고전적 예술이 개화될 수 있을 정도로 안정된 시대였다는 통념을 깨뜨리고 사실상 얼마나 실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위기에 직면하고 있었던가를 잘 보여준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한 걸음 더 나아가 과거의 서양 미술에는 고전적 미술과 그것이 표방하는 질서와 균형과 적당한 척도의 절도 있는 시대에 혹은 공존하고 혹은 교체해 가면서 그에 반대되는 가치 체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말해 주는 것이 된다.

이런 형상은 19세기 고전주의 시대에 공존 혹은 교체하면서 그런 고전주의적인 것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면서 이에 반발하게 되는 낭만주의가 등장하는 연유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사실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 정신에 있어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였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도 안정-융화-조화가 아니다. 그것은 상반되는 요소들의 자기 주장과 회의와 긴장에서 오는 대립의 결합을 말하는 하나의 위기 의식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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