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대구에서 사라진 못

입력 2018-08-16 05:00:00

배자못, 감삼못 자리 아파트, 학교 세워
못이 있던 자리에 지어 불안하다는 낭설에도 건재

1994년 매립되기 전 대구 북구 복현동에 있던 배자못. 매일신문 DB
1994년 매립되기 전 대구 북구 복현동에 있던 배자못. 매일신문 DB

1990년대 초반 왕복 2차로 도로로 검단동을 향해 가던 51번 버스의 창문 밖으로 온통 검었던 못, 경북대 북문에서 퍼진 최루탄 냄새보다 강한 폐수 냄새가 진동했던 배자못은 1994년 아파트 건설을 위해 매립됐다. 현재 종합유통단지, 엑스코로 진입하는 길과 연결되는 곳이니 살아남았다면 생태공원으로 바뀐 모습이 제법 어울렸을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복현오거리라는 교통요충지를 끼고 있어 못 원래의 모습으로 남아있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발 논리의 광풍이 휘몰아쳤던 시대를 살아온 탓이다.

1970년대 초 감삼못도 달성고 부지에 자리를 내줬다. 1984년 준공된 광장타운도 감삼못 부지에 지은 것이다. 못을 메워 지은 곳이라 뭔가 신통치 않을 것이라는 미신 같은 게 떠다녔으나 웬걸, 아파트들은 교통 요지에 자리잡아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학교는 산을 밀어 지은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속칭 '~사'로 끝나는 직업군에 졸업생들이 수두룩하다. 1999년 이후 10년간 판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 10위권에 들었다고 한다. 이강덕 포항시장 등이 이곳 졸업생인데 인지도에서는 개그맨 김제동이 갑이다. 경북고가 이승엽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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