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다. 현재 세계 35개국에서 약 3천 종의 지역화폐가 쓰이는데 레츠(LETS)나 아워즈(Hours), 타임뱅크, 브리스톨파운드, 킴가우어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 개발을 돕고, 협동을 통한 공동체 강화, 지역 내 생산소비 촉진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역화폐가 처음 국내에 소개된 것은 1996년 무렵이다. 당시 김종철 영남대 교수가 발행하는 '녹색평론'에 관련 글이 실리면서다. 1999년 고령군 등이 처음 도입한 이후 72개 시군이 시행했으나 지금은 60곳으로 줄었다. 대구온누리상품권, 포항사랑상품권 등 대구경북 지역화폐는 7종이다.
주춤하던 고향사랑 상품권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에 지역화폐 활성화 방안이 포함되면서다. 현재 행정안전부가 관련 법률 제정도 추진 중이다. 자본이 지역 내에 머물면 소상공인과 지역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경우 소상공인 소득이 2%가량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제는 주민 공감대다. 성남시가 9월부터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현금 대신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로 지급할 계획을 내놓자 시민 반발이 크다. 일각에서는 "기저귀는 현금으로 사도 되지 않느냐"는 은수미 시장의 발언을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화에 빗대 '마리 은수미네트' 별명까지 붙였다.
성남시는 그동안 청년배당공적산후조리비 등 연간 278억원의 무상복지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해왔다. 여기에 9월부터 지급될 아동수당(178억원)을 포함시킨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법에는 '조례로 정하는 경우 상품권 등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충분한 주민 여론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갈등이 빚어진 것이다. 지역이라는 대의와 주민 편의가 맞선 결과다.
"시민이 반대하면 불가능하다"며 은 시장이 한발 물러섰지만 골목 상권 활성화 등 지역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실과 거리감이 있거나 주민 이해와 공감대가 떨어지면 역효과를 부른다는 점을 재확인시킨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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