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대표 업종은 '슈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간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슈퍼는 '구멍가게'와 '점빵'과 '상회' 등으로 불리다가 '슈퍼마켓'이라거나 '마트'라는 이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다 근처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또 골목 곳곳에 '편의점'이 생기면서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편의점으로 변신해 생존한 슈퍼들이 있기는 합니다.
아무튼 슈퍼는 기업과 프랜차이즈의 골목 침투 같은 새로운 흐름에 점점 힘을 잃어가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 골목을 다시 살펴보면, 골목 대표 업종은 '옷수선 가게'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동안 크게 번창한 적은 없지만, 골목에서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고 건재합니다. 기업과 프랜차이즈가 쳐들어 오지도 않았고, 앞으로 그럴 일도 딱히 없을듯합니다.
이런 이유는 아닐까요. 슈퍼에 있던 주판은 계산기로 다시 컴퓨터(pos단말기)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옷수선 가게의 미싱기는 아날로그가 디지털이 되지 않았습니다. 옷은 여전히 직물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실·단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죠. 또한 옷수선은 기술만 필요한 게 아니라 감성도 녹여내야하는 영역입니다. 옷이 몸을 가리면 그만인 거적데기가 아니라 몸을 꾸미는 취향의 영역에 있어서입니다.
수선집마다 개성 그리고 기조 내지는 철학이 있는 것도 그래섭니다. "0.5인치 줄일거면 그냥 입어"라고 하는 A수선집 아저씨가 있습니다. 허리를 만지면 다른 부분이 탈이 나는 바지가 유독 있습니다. "0.2인치 더 줄여야겠는데?"라고 하는 B수선집 아주머니 말도 틀린 게 아닙니다. 정장 바지는 딱 맞게 정교하게 수선해야 합니다. C수선집 아저씨는 어디다 따로 입력하지도 않았는데 제 허리 사이즈를 외우십니다. "전에 31인치 바지를 30인치로 줄였잖아? 그러면 이 바지도 좀 더 줄여야하지 않을까?"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옷수선 가게는 골목 안 구석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골목 입구에 가게 위치를 알려주는 간판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황희진 기자

그렇습니다. 옷수선 가게는 못 다루는 옷이 없습니다. 황희진 기자

교복도 주요 수선 대상입니다. 비싼 까닭에 아이들이 쑥쑥 클 때마다 새로 사 입히기 힘든 옷이니까요. 황희진 기자

비싼 양복과 양장도 나잇살을 감안해 부지런히 수선해 입는 게 절약의 비법입니다. 황희진 기자

옛적엔 이웃으로부터 얻었거나 형과 언니로부터 물려받은 옷을 리폼해 입는 경우가 많았고, 요즘은 싫증이 난 옷을 리폼해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대가 변했어도 옷수선 가게가 여전히 건재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황희진 기자

적잖은 옷수선 가게가 무슨무슨 의상실이라는 간판을 걸었습니다. 맞습니다. 동네 어머님들의 전담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황희진 기자

실과 바늘을 간판에 표현한 예쁜 옷수선 가게 간판. 황희진 기자

미싱실들을 아예 간판에 배치한 예쁜 옷수선 가게 간판. 황희진 기자

옷수선 가게의 핵심 키워드 '옷' 글씨를 다채롭게 표현한 간판이 많습니다. 어머님이 수선한 옷을 입고 뽐내며 워킹을 하시는듯합니다. 황희진 기자

수선한 옷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폴짝 뛰는 모습의 '옷' 글씨. 황희진 기자

아기가 엄마가 수선해 준 배내옷을 입고 새근새근 잠이든 것 같은 '옷' 글씨. 황희진 기자

옷수선 가게는 밖보다 안이 더 화려합니다. 온갖 색깔의 미싱실이 벽에 달려 있습니다. 황희진 기자

미싱기는 새 것이나 낡은 것이나 제 역할을 다 합니다. 미싱기 하면 부라더 브랜드가 국내에 제일 잘 알려져 있죠. 미싱기는 대구 중구 대신동 미싱골목에 가도 참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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