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프리즘]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의 이해

입력 2018-06-11 05:00:00

곽병권(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
곽병권(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대륜고 교사)

서울대 입학설명회에 가면 늘 똑같은 내용만 반복한다는 주위 교사들의 볼멘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말은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이래 일관성 있게 전형을 유지해 왔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교과 성적이 뛰어난데 왜 학생이 불합격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주위에 있기에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에 학교장 추천전형인 지역균형선발전형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는 학생들의 교과 성적을 중요시하는 학생부교과에 가까운 전형이었으나,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선발하면서부터는 수시모집 일반전형, 기회균형선발 특별전형I,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II와 함께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있다.

학생이 제출한 서류는 복수의 입학사정관이 여러 단계의 평가, 협의, 검토를 거쳐 평가한다. 입학사정관은 서류평가 과정에서 학생의 학업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업태도,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 지적 호기심, 창의적 인재로 발전할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대학에 와서 학업적으로 계속해서 더 매진하려는 학생, 학업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학생, 공부를 좋아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기에 이 네 가지 평가요소에서 학생의 학업능력과 자기주도적 학업태도를 가장 중요시하고 있으며, 어떻게 보면 이 요소가 나머지 세 가지 평가요소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업역량은 학생부의 교과 성취도, 교과이수내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 등을 통해 평가한다. 교과성취도가 높다고 학업역량이 우수하다고 보지 않는다.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창의적활동 상황(학업 관련 활동), 학업 관련 탐구 및 연구활동, 독서활동, 종합의견, 자기소개서, 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한다.

서울대에서 말하는 자기주도적 학업태도는 학생이 자율학습에 참가하거나 학습 계획을 짜서 그 계획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수업을 듣고 궁금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교사에게 질문하고, 책을 읽거나 아니면 다른 학생들과 토의, 토론을 통해 자기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학생이 아침에 일어나서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몇 시간씩 공부하겠다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맞게 실행하는 것은 자기주도적 학업태도로 보지 않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학생정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학생 스스로 궁금해 하고 생각할 줄 알며 그리고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확장해 나갈 때 자기주도적 학업태도가 있는 학생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은 언제든지 바뀌고 또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선발 시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은 전공적합성이 아니라 학업에 대한 적합성이라고 볼 수 있다. 학생이 전공에 대한 관심이 있으면 그 관심에 맞게 학업을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의대에 입학하기 위해 병원에서 청소하고 서류관련 봉사활동을 했다고 해서 의대에 다니기에 적합한 인성과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 않고 단순히 청소 잘하고 서류정리를 잘하는 학생정도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의대에 진학하면 영어로 된 원서를 많이 읽기에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본인이 희망하는 공대에 진학하려고 물리Ⅰ,Ⅱ를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단순히 공학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서울대에서 말하는 전공분야에 대한 관심이 아니다.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은 학생선발이 절실해서 학업능력이 부족하더라도 그 전공에 대해 관심만 있어도 선발하는 경향이 있는 중·하위권 대학과 구별해야 한다.

곽병권(대구진학지도협의회장·대륜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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