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의상 입고 골목 탐험, 숨겨진 100년 역사 돌아봐
1930년대 북성로는 대구에서 가장 화려한 밤 풍경을 자랑했다. 대구 최초로 엘리베이터를 갖춘 미나카이(三中井)백화점이 있었고 수은등이 거리 곳곳을 밝혔다. 하지만 2018년 북성로의 밤은 어둡다. 거리 양쪽에 들어선 공구점들은 해 질 녘이면 조명을 끄고 가게 문을 닫는다. 적막했던 북성로의 밤이 다시 환하게 밝아지고 있다. 낡은 옛 도심에 터를 잡은 예술가들이 골목에 숨은 이야기를 꺼내 거리 곳곳에 칠하기 시작했다. 되살아난 북성로의 밤을 밝히는 '북성야설 100년 탐험전, 북성 밤마실'은 13일부터 28일까지 매주 금'토요일마다 북성로의 100년을 선보인다.
◆문화로 살아나는 북성로 이야기
대구시와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밤마실'이다. 밤마실은 어둠이 내린 밤에 이웃이나 가까운 인근에 놀러 가는 것을 뜻하는 '밤마을'의 경상도 사투리다. 해가 지면 어둠에 휩싸이는 북성로의 모습에서 착안한 일종의 '나이트 투어'다. 야경을 즐기는 일반적인 '나이트 투어'와 달리 북성로에는 화려한 별빛이나 조명이 없다. 대신 대구의 옛 도심으로 근'현대를 거치며 쌓아온 100년의 역사가 있다.
북성로는 1907년 친일파 박중양이 대구읍성을 허문 자리에 신작로를 뚫고 일본 상인들을 입점시키며 시작됐다. 일제강점기에는 시인 구상, 화가 이중섭 등 근대 지식인들이 자취를 남겼고, 해방 이후에는 기계도매, 공업소, 철공소 등이 터를 잡았다. 밤마실에는 이처럼 100년간 축적된 수천 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선보인다.
◆북성로 곳곳을 누비는 탐험 눈길
가장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은 '밤마실 탐험대'와 '야설 탐험대'다. 밤마실 탐험대는 20명이 한 팀을 이뤄 90분간 골목 해설사와 함께 북성로의 밤 골목을 탐색한다. 야설 탐험대는 100년 전 근대 의상을 입고 옛 북성로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갖가지 미션을 수행하며 북성로 곳곳에 숨어 있는 장소와 이야기들을 탐험할 예정. 북성 밤마실 홈페이지(masilgo.com) 및 페이스북 등을 통해 사전예약을 하면 참가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는 북성로에 입주한 각종 소셜벤처업체와 예술가, 청년 및 주민들도 참여한다. 공구골목이 시작되는 대구콘서트하우스 맞은편에 자리 잡은 '꽃자리다방'에서는 색다른 콘서트가 마련된다.
20, 21일에는 미래 북성로를 배경으로 한 남성이 아내와 똑같은 모습의 AI 로봇을 주문하면서 겪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창작 뮤지컬 '유 앤 잇'(You & it)이 무대에 오른다. 27, 28일에는 사회적기업 '꿈꾸는씨어터'가 공구골목을 소재로 제작한 넌버벌 퍼포먼스 '해머'(Hammer)가 공연된다. 북성로 길목의 '아틀리에빈'에서는 지역의 어쿠스틱 뮤지션 18팀의 공연을 선보이고, 북성사진관에서는 옛 북성로 모습을 배경으로 사진작가가 '인생샷'을 찍어준다. 나릿국악당에서는 대구를 노래하는 국악밴드 '나릿'의 소리꾼 김수경이 창작 판소리 '북성로 소릿길'을 무대에 올린다.
◆'콘텐츠 투어리즘'의 산실로
대구시는 북성로 곳곳에 남은 시간적'공간적 자산들을 '콘텐츠 투어리즘'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지역 주민과 민간 예술가들이 다양한 소규모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1990년대부터 각 지역을 배경으로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을 제작, 수출하고 이 콘텐츠를 이용한 관광상품을 상당수 운영하고 있다.
또한 시는 콘텐츠 개발에만 그치지 않고 북성로가 지속 가능한 콘텐츠 생산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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