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더운 도시 대구. 올해도 어김없이 한여름, 가장 더울 즈음이면 대구 두류공원 인근에서 치맥페스티벌이 열린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이제 100만 명이 찾는 전국적인 축제가 되었다.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중에는 외국인들도 제법 많아졌다. 그만큼 축제가 자리 잡았다는 증거다.
하지만 몇 가지 점에서 아쉬운 대목도 보인다. 너무 축제의 성과에 눈을 돌리다 보니 그 축제의 이면을 잘 보지 못하는 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선 치킨과 맥주를 아이템으로 하는 페스티벌임에도 요즘 트렌드인 수제맥주가 너무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 대형 맥주회사로부터 후원을 받아 축제를 운영하다 보니 당연히 그들 맥주회사들 중심으로 프로그램과 공간 구성이 짜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현재 국내 소규모 수제맥주 양조장 130여 곳이 왜 대구치맥페스티벌 참가에 소극적인가는 한 번쯤 생각해볼 여지는 있다.
서울을 비롯해 지방도시 곳곳에서는 연중 수제맥주축제가 열린다. 서울의 경우는 코엑스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축제에만도 전국에서 20여 곳 이상의 양조장들이 참여하고 있다. 올해 5월 처음으로 열리는 충북 제천의 수제맥주축제에도 전국의 양조장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5월에 열리는 가평수제맥주축제는 젊은이들이 꼭 가봐야 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대구치맥페스티벌은 어떤가? 몇몇 양조장에 넌지시 물어보니 대답은 한결같았다. 자기들 입장에서 별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수제맥주 구역이 축제 중심지에서 떨어진 곳이고 부스값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축제 기간 장비와 재료를 가져와 아르바이트를 구해 맥주를 팔아도 고생에 비해 소득이 없다는 말이었다. 축제 장소의 메인구역은 후원사인 국내 대형 맥주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고 참여객들도 그쪽으로 몰린다는 말이었다. 그나마 부스값이라도 해결되면 참여를 생각해볼 수 있다는 데 이마저도 여의치않아 보인다.
두 번째로는 대구를 대표할 수 있는 수제맥주를 치맥페스티벌에 선보였으면 하는 것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치맥페스티벌인데 대구를 대표하는 맥주가 빠진다는 게 말이 되는가? 우선 더운 여름 날씨에 시원하게 마실 수 있는 에일맥주이면 딱 맞을 것 같다. 라거맥주는 국내 대표 대형 맥주회사가 버티고 있으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알코올 도수가 조금 낮으면서도 목 넘김이 좋은 에일맥주 레시피를 개발해 대구브랜드를 붙여 축제현장에 선을 보이는 것이다. 전국 130여 개 수제맥주 양조장 중에서 이런 레시피를 가지고 있고 생산능력이 있는 양조장과 공동작업을 하면 적은 예산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그다음 문제는 페스티벌 기간인 5일간 대부분 영세상인인 대구시내 동네 치킨집과 맥주 가게가 개점휴업 상태라는 점이다. 올해는 7월 18일(수)부터 22일(일)까지 5일간 치맥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기간이면 두류공원 일대가 블랙홀처럼 사람들을 끌어모아 버리니 동네 상권이 급격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치킨 가게이든 맥주 가게이든 주말이 낀 한여름은 1년 중 최대 대목이다. 이 황금같은 기간 5일을 한산하게 보내야 하는 영세상인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주었으면 한다. 상징적으로라도 부스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며 몇몇 동네 가게를 유치했으면 좋겠다. 혜택을 제공해도 일손이 안 돼 참여하지 못하는 가게들도 있을 수 있지만 주최기관에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 듯하다. 상생과 소통이 화두인 시대 아닌가. 화려한 치맥페스티벌이 동네 상권과 함께 간다는 상생의 쇼라도 벌여주었으면 한다.
gyungsang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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