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지방선거'가 아니다. 분명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이지만 정권 중간 평가라는 정치적 의미가 더 중요하게 돼 버렸다. 인물과 정책 경쟁은 뒷전이고 중앙 정치 싸움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정도가 너무 심하다.
6'13 지방선거는 현 정부의 정책 심판에다 남북관계, 북미관계까지 끼어들었다. 좌우를 비롯해 진영 간 거칠게 치고받을 기세다. 정권을 강탈당했다고 분개하는 보수 야당들은 위장 평화의 친북 세력으로, 여당은 전쟁 선동 세력으로 상대를 공격한다. 남북문제가 블랙홀이 되면 지역 이슈는 발붙일 틈이 없게 된다.
이는 결국 유권자들에게 피해로 돌아간다. 후보들의 정책과 인물을 대충이라도 따져봐야 함에도 진영 간 거세게 싸우는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를 하게 된다. 국가 간 경쟁보다 도시 간, 지역 간 경쟁이 더 중요해지는 시대에 지방선거의 중요성도 커졌지만 현실은 점점 퇴행적이다.
지방선거를 지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 지역민들이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중앙 정치권이 할 일은 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만드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지역정당 허용이다. 지역정당은 지역 문제 해결 또는 지역적 여론 형성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치 결사체다.
현재와 같은 전국정당 구조로는 지방선거를 수백 번 치러도 지역 이슈가 끼어들 틈이 없다. 전국정당의 높은 문턱 탓에 유권자들의 참여 욕구도 충족시킬 수 없다. 지역정당이 허용되면 지방선거의 이슈를 그나마 지역과 인물에 붙잡아 둘 수 있다. 중앙 정치 싸움에 지방선거가 이용당하는 왜곡된 현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 정당법은 지역정당 설립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정당 설립을 위해서는 중앙당을 서울에 둬야 하고, 전국 5개 이상 시'도에 시'도당 설립 및 각 시'도당별로 1천 명 이상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 턱없이 높은 진입 장벽이고 기존 전국정당만이 누리는 거대한 특권이다. 정당법이 정당 설립을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억제하고 발목을 잡고 있다.
1960년대 만들어진 정당법은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일 뿐이다. 기업 설립에 비유하자면 처음부터 대기업을 만들어야 허가를 내주는 꼴이다. 중소기업 또는 벤처기업이 경영 능력에 따라 큰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우리나라 정당에서는 이런 정상적인 상황이 결코 나타날 수 없다.
독일과 일본 등 지역정당이 활발한 국가는 정당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헌법에 명시된 '결사의 자유'로 정치 활동을 보장받고 등록만 하면 정당으로 인정을 받는다. 정당 설립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 시민들의 정치적 참여 욕구를 가능한 보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역정당의 회원 수는 30~50명 또는 50~100명가량이 일반적이다. 회원 수가 많고 적음에 구애받지 않는다. 지역에서 발생한 이슈에 대해 이념을 떠나 지역민으로서 참여하고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지방자치 정신에 부합한다.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운동이 일어난 대구에서 최근 지역정당 설립 운동이 일고 있다. 과거 무소속 후보가 선거 전략으로 내세우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방분권개헌을 이끌고 있는 지방분권론자들이 중심이 된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단체가 결성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지역정당에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참여에 대한 욕구가 그만큼 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역정당 설립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정당법 개정, 헌법 소원 등 다양한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도 낸다고 한다. 지방분권운동을 전국 운동으로 확산시키고 지방분권개헌 국면까지 끌고 온 대구의 지방분권론자들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지역정당 설립 운동에 쏟아부을 기세다. 건투를 기원한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한덕수 "24일 오후 9시, 한미 2+2 통상협의…초당적 협의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