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을 통해 남한과 미국에 '비핵화' 의사를 밝혔지만, 그 구체적 내용과 의미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김정은의 '비핵화'가 무엇을 뜻하는지 세심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미국 등 국제사회와 우리가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핵화'와 다른 것이라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김정은의 전술에 말려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의용 특사단장은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비핵화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한반도'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남한은 핵이 없기 때문에 사실과 부합하려면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라고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라고 한 것은 한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핵우산을 겨냥한 노림수일 수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한 것도 같은 의미다.
이는 남한 정부를 지렛대로 미국 핵우산 철거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한미 동맹의 균열'파기까지 획책하려는 의도이다. 핵우산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주한 미군도 들어가 있다. 주한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북핵의 완전 폐기가 입증되기 전에는 미국은 핵우산을 걷지 않을 것이다. 결국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는 기만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비핵화는 마땅히 '핵 폐기'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여야 5당 대표와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궁극적 목표는 핵 폐기"라고 한 것은 정확한 판단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북한 매체에서는 '핵 폐기'는 고사하고 '비핵화'라는 소리도 나오지 않는다. 김정은의 '비핵화'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이런 의심은 합리적이다. 북한의 과거 행적 때문이다. 2009년 9'19 합의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의 폐기를 약속했지만 1년도 안 돼 1차 핵실험을 했다. 2012년 2'29 합의도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영변 핵활동'핵실험'장거리미사일 발사 중단을 약속하고 한 달여 만에 깨버렸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김정은에게 속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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