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태조야동 일대 1.5㎞ '고압선 지중화' 1년 허송한 대구시

입력 2018-02-01 00:05:00

한전 100억원 전액 부담에도, 인허가 질질 끌어 시간낭비

한국전력이 추진 중인 고압송전선 지중화 사업이 대구시의 무성의한 늑장행정으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주민들이 십수 년에 걸친 노력 끝에 한전의 사업비를 확보하고 지주들의 동의까지 얻어냈지만 대구시는 1년이 지나도록 담당 부서조차 배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

대구 북구 무태조야동 일대 1.5㎞ 구간에는 154㎸ 규모의 고압송전선이 지나고 있다. 갈등이 불거진 건 지난 2003년 고압송전선과 인접한 곳에 993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부터다. 주민들은 고압송전선이 유해하다며 지중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한전에 제기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2005년부터 송전선 지중화가 추진됐지만 한전의 영업적자 문제와 지중화 구간의 토지소유주 동의 등을 이유로 그간 진통을 겪었다.

고압송전선 지중화 사업은 지난 2016년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송전선 매설구간의 지주 동의서를 한전에 전달했고, 한전도 100억여원으로 추산되는 사업비를 전액 부담키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전은 사업 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 3월 인허가권자인 대구시에 관련 계획을 제출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인허가 절차는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관련 계획을 제출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었던 것. 답답했던 한전과 북구청 관계자가 지난해 12월 26일 대구시를 찾았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주민들이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비를 확보하고 지주들의 동의까지 얻었지만 정작 행정기관이 걸림돌이 된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그동안 대구시는 부서 간 의견 조정 중이라는 답변만 거듭했고, 연말에 직접 방문했을 땐 부서 간 업무분장 문제로 담당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2월 초에 다시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대구시의 늑장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윤모(70) 씨는 "한전에서 100억원을 내겠다는데 대구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다른 변수가 생길까 봐 불안하다"면서 "지금껏 주민들이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화병이 날 지경"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주민 최모(45) 씨도 "15년간 고압송전선을 머리에 이고 살았다. 주민들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이뤄낸 성과인데 대구시는 10개월 동안 담당자조차 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관련 업무를 지난해 12월부터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난해 3월에 사업계획을 제출했다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 당시 업무담당자는 육아휴직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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