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장나라, 다시 호감 연예인으로

입력 2018-01-26 00:05:00

내 캐릭터? 국민 호감!…드라마 '고백부부'서 주부'학생役 시청자들 공감 이끌며 매력 발산

아이돌이나 하이틴 스타의 이미지를 가진 연예인이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며 인지도를 유지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젊은 시절 예쁘고 잘생긴 외모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케이스라면 더 불리하다. 과거의 외모와 매력을 유지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며, 혹은 그 시절의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고 해도 대중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치열하게 자기 계발을 해야만 한다. 2000년대 가수와 연기자 활동을 병행하며 하이틴 스타로 활동하던 장나라도 한때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애를 먹던 시기가 있었다. 앳된 외모가 독이 돼 '소화할 수 있는 캐릭터가 한정적'이란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지금 장나라는 롱런하고 있는 국내 하이틴 스타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고 있다. 각종 핸디캡을 극복하고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무엇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쌓으며 호감형 스타로 불리고 있다.

◆'고백부부'에서 캐릭터 소화능력 입증

지난해 말 KBS에서 방영된 '고백부부'는 대중으로 하여금 장나라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만들어준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금요일과 토요일 심야시간대에 편성돼 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화제성 역시 상위권을 유지했다. 웹툰 '한번 더 해요'를 각색해 드라마화했으며 타임슬립 소재에 코미디와 정극의 느낌을 섞어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하였다.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아쉬움이 많지만, 시청자들과의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만한 전개로 몰입도를 높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중년을 바라보는 나이의 부부가 현실의 어려움에 찌들어 허덕이다가 20대로 되돌아가 다시 한번 청춘을 만끽하는 과정이 묘사됐으며, 한편으로 본인들이 꾸린 가정의 소중함에 대해 되새겨보는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9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던 세대의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에피소드, 그리고 가정이 있는 유부남-유부녀들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음 직한 '과거로의 회귀'에 대한 내용을 다뤄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 드라마에서 장나라는 30대 중후반의 주부와 20대 대학생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며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어색하지 않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20대로 돌아간 상황을 연기할 때는 여전한 동안의 외모가 빛을 발했다. 육아에 지친 주부를 보여줄 때는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자연스러운 느낌을 부각시켰다. 중년의 연기자들이 간혹 교복차림으로 10대 시절을 연기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장나라처럼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경우는 드물다.

◆외모와 연기력, 이미지 관리로 호감도 상승

어려보이는 외모를 가졌을 경우 잠시 대중을 현혹할 수 있겠지만 그들을 설득해 공감까지 끌어내는 건 쉽지 않다. 해당 캐릭터의 외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캐릭터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보는 이들을 매혹하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

결국 이건 '마술'로 잠시 놀라움을 주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설득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레 대중을 이해시켜야 하는 과정이다. 당연히 논리적이어야 하며 여기서 이 '논리'를 확보하는 건 아무리 제작진이 유능하다고 해도 콘텐츠의 만듦새만 가지고는 쉽지 않다. 연기자의 역량에 상당 부분 의지할 수밖에 없다. '고백부부'의 성공 여부 역시 주인공 캐릭터를 연기한 장나라와 대중의 화학반응에 달렸었고 그가 가진 '논리'가 이 드라마에 대한 호평을 끌어내는 큰 힘이 됐다. 오랜 기간에 걸쳐 멜로와 로맨틱코미디, 스릴러까지 다양한 장르를 무난히 소화하며 인정받은 캐릭터 소화력과 긍정적인 이미지가 장나라가 가진 '논리'였다.

사실 장나라가 이 정도로 대중 호감도 높은 연기자가 된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이 아니다. 앞서 장나라는 '뉴 논스톱'을 거쳐 인지도를 쌓고 가수 활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드라마 '명랑소녀 상경기'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귀엽고 통통 튀는 이미지로 큰 인기를 얻었다. 작고 아담한 체형에 아기자기하고 예쁜 마스크로 보호본능을 자극했고 망가짐을 불사하며 웃음까지 줘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당시의 인기요인이 장나라의 '미래'에 대한 보험이 되진 못했다. 데뷔 당시에 좋은 무기로 쓰였던 외모가 오히려 세월이 흐른 뒤 성인연기를 하는 데에 방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오히려 컸다. 노래를 곧잘 하는 편이었고 히트곡도 내놨지만, 그렇다고 발군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도 아니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를 중심으로 논란이 불거지면서 승승장구하던 장나라는 한동안 답보상태에 머물러야 했다.

◆한때 '비호감' 이미지로 고생

당시 장나라는 국내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중국에 진출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올렸다. 그 시기 국내 시장에서는 장나라의 캐스팅 선점능력에 한계가 온 것 같다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주로 로맨틱코미디에서 두각을 보였던 장나라가 정통멜로를 시도했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웨딩' 등이 대표적인 예인데 이 작품은 20%는 넘어서야 성공이라고 인정받던 당시 방송계의 분위기 속에서 겨우 10%를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사실상 실패였다. 장나라는 기존의 통통 튀는 이미지를 버리고 얌전하고 조용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생소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이 드라마의 실패 요인을 장나라에게서 찾곤 했다.

결국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연기자로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 당시 장나라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을 텐데, 중국시장 진출 역시 그런 차원에서 결심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의 계산이 크게 작용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쨌든 중국에 진출한 장나라는 드라마 '띠아오만' 공주의 타이틀롤을 맡아 작품의 흥행 견인차 역할을 했고 이로 인해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띠아오만 공주'를 통해 귀엽고 발랄한 기존 이미지를 부각시킨 장나라는 이어 '장미저택' '경마장' 등 정극 톤의 중국드라마에서 연이어 주연을 따내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 즈음 몇 가지 문제가 발생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아버지 주호성이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더불어 일어난 장나라의 이미지 실추 건이다. 당시 주호성은 딸의 활동 전반을 관리하고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몇 차례 잡음에 휩싸였다. 대표적인 예가 영화 '하늘과 바다'의 월권행위 논란이다. 당시 이 영화에 동반 출연했던 유아인이 SNS를 통해 '주호성이 촬영현장에서 감독 역할까지 했다'고 알리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주호성과 유아인이 팽팽하게 맞섰으며, 진실 여부를 두고 공방전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장나라의 이미지까지 나빠지게 만들었다. 또한, 주된 활동 무대를 중국으로 잡고 한국을 오가는 와중에 양국 팬들로부터 '돈벌이에만 혈안이 됐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양국을 오가는 동안 쌓인 오해와 잡음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이기도 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금 장나라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를 살펴보면 그 회복력이 놀라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한 결과 장나라의 능력에 대해서만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또 장나라 자신이 적당히 나이 들어 편안해진 모습으로 털털하게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있다. 과장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이미지, 압도적이진 않지만 안정적인 캐릭터 소화능력. SNS 등을 동원한 자기홍보에 열 올리지 않고 본업인 연기 자체에만 집중하는 모습, 그리고 망가짐도 불사하는 털털함으로 대중에 어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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