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마하고 청바지 입고 美 횡단도…마음이 젊어야 몸도 젊다
평균수명 연장으로 100세 시대가 다가왔다. 우리나라 대부분 노인들은 무료한 삶을 살고 있다. 집에서 TV를 보거나 근처 노인정, 공원에 모여 시간을 보낸다. 한국보건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30%만 여행을 하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사용률은 12.8%, 평생프로그램 참여율은 6.7%에 불과했다. 여가문화활동에 참여한 노인은 27.3%, 친목단체 참여율도 37.4%에 그쳤다. 아날로그 세대인 노인들은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 못 하고 있다. 새로운 취미에 도전하는 자체도 두려워한다. 미리 노년의 계획을 세워 도전적이고 즐겁게 사는 것은 의미 있는 삶이다. 여행, 사진, 도예, 동영상 제작 등 여러 가지 취미를 갖고 역동적으로 사는 배창기(72) 씨의 유쾌한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하루를 즐겁게 보내는 72세 멋쟁이
배창기 씨의 인생철학은 평범하게 즐기면서 괜찮은 사람으로 사는 것이다. 70대지만 아주 멋쟁이로 보인다. 머리카락은 살짝 올려 파마했다. 윗옷은 남방을 받쳐 알록달록한 니트를 걸쳤다. 바지는 젊은 사람처럼 청바지를 입고 있다. 성격은 믿음이 가고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다. 동갑인 아내 김경남 씨와 결혼생활 50년째다. 그는 대학교수로 지내다 2009년 퇴직했다. 그는 뒷방 영감처럼 정적으로 살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취미생활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다. 사진 찍기, 도자기 만들기, 동영상 제작 등 다양한 취미를 가졌다. 그의 생활은 계획성 있게 짜여 있다. 매일 오전에는 대경뿌리학교에 출근해 블로그 관리를 한다. 오후에는 집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한다. 매주 3차례 파크 골프장에 나가 공을 친다. 토요일은 도예공방에 나가 찻사발을 만든다. 일요일에는 사진 찍으러 다닌다. 그는 "퇴직 후 시간이 많아 취미생활을 하고 있다. 몸도 건실해지고 마음도 젊어지는 것 같아 즐겁다"고 했다.
◆아름다운 도전, 미 대륙 1만8천㎞ 횡단
그에게 도전적 여행은 또 하나의 삶이다. 작년 5월 미국에 사는 친구와 함께 8인승 밴 승합차로 부부 동반 미대륙 횡단을 했다. 동부 버지니나주 리치먼드를 출발해 서부지역, 국립공원 22곳을 둘러보고 다시 리치먼드로 돌아오는 36일간의 1만8천㎞ 대장정이었다. 여행기간 승합차에 밥솥, 휴대용 냉장고, 쌀, 라면 등을 싣고 식사도 손수 지어먹었다. 그는 BBC가 '죽기 전에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 설문 조사에서 1위에 오른 대협곡 그랜드캐니언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수백만 년 동안 물과 바람에 의해 형성된 깎아지른 절벽은 지구 속살을 보는 듯했다. 자동차가 고장 나 견인을 하기도 하고 눈이 많이 올 때는 기온 차가 심해 고생도 했다. 하지만 무탈하게 대장정을 마쳤다. 그는 여행에서 건강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얻었다. 올해는 캐나다 전국 일주 여행에 도전할 계획이라 한다. 그는 "횡단 여행을 즐기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시니어들이다. 10여 명씩 모여 오토바이를 타고 도전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다"고 했다.
◆사진 찍어 유튜브 동영상 32개 제작
그는 사진 찍는 취미도 가졌다. 사진은 25년 전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동호인들과 전국 유명 출사지를 찾아 사진을 담았다. 안개 낀 소나무를 무척 좋아했다. 멋진 사진을 하나 찍으면 희열감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동영상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시니어들은 디지털 자체를 무서워한다. 그러나 그는 마음먹고 동영상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동영상 제작은 보기보다 쉬웠다. 하루 정도 배우면 기본 기능을 알 수 있다. 그는 작년부터 매달 2회 정도 동영상을 찍으러 다니고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직접 찍은 사진만 10만 장이 넘는다. 그는 동영상을 주로 평일 오후에 만든다. 사진을 선정하고 보정을 거친 뒤 글씨와 음악을 합하면 완성된다.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은 아리랑다법, 호사발, 옹기제작 등 32개나 된다. 동영상 '호사발과 시의 합장'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2만 장이나 찍었다. 그는 "동영상 한편이 나오면 산고 끝에 아기가 태어나는 듯한 기분이다. 누리꾼들의 감동적인 댓글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도자기에 인생도 빚는다
그는 또 찻사발에 인생을 빚고 있다. 10년 전쯤 도자기 하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 불로동 향산도예 공방을 찾는다. 사발 만들기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다. 그는 손물레를 돌려가며 그릇을 빚는다. 사발 1개 성형에 1시간이 걸리고 하루에 3개 정도 빚는다. 사발을 빚는 순간은 몰입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에 드는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아름다운 사발은 흙과 불의 조화로 탄생한다. 그는 다양한 흙을 섞어 자신만의 도자기를 추구한다. 성형을 마치고 굽은 도자기는 석양에 물들 듯 황홀한 빛깔을 뽐낸다. 도자기는 우리네 인생을 닮았다. 온갖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나의 작품이 나온다. 가마에 40개를 넣어 3개밖에 못 건진 적도 있다. 그는 "도자기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다. 그 순간은 걱정, 잡념을 잊을 수 있다. 정신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인생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연말에 도자기 작품, 사진 작품, 횡단 여행기를 한데 묶은 개인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시니어들도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다.
◆여가 즐기려면 '노인복지관'으로…건강교실·요가·비누만들기 등 구·군별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
대구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04년 고령화가 시작된 이후 지난해 전체 시민 247만 명 가운데 노인 인구가 14%를 차지해 고령사회로 접어들었다. 오는 2025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20%에 달하는 초고령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르신들은 건강하고 활기찬 여가생활을 위해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다. 우선 대구 지역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노인복지관은 시립 1곳, 구'군립 16곳을 운영하고 있다. 여가, 평생교육, 건강, 자원봉사 등 종합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다양한 특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대구시 시립 노인종합복지관(053-766-6011~4)은 문화, 교육, 예술, 건강대학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사회참여 프로그램인 '골드라이프 아카데미'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골드라이프 아카데미에는 명리학교를 비롯해 체형, 자세교정, 건강지압법 등 건강밸런스스쿨과 약초 이용, 실내버섯 재배, 생활법률 교실 등 '50+지식교실'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구'군 노인복지관도 각 지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구'군 노인복지관 2곳도 추가 건립된다. 서구 비산동 비원노인복지관은 5월, 달성군 제2노인복지관은 11월 각각 준공된다.
또 어르신들은 경로당에서도 알찬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대구시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을 연계한 경로당 활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교실, 요가교실, 수지침, 기체조, 요가, 비누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특히 대구시 경로당 광역지원센터는 한국정보화진흥원과 연계한 어르신 대상의 IT 봉사단 스마트폰 교육을 실시한다. 경로당 이용 어르신들의 소일거리를 위해 천연비누 만들기, 캔들 만들기, 짚풀공예 등 프로그램도 있다. 대구시 경로당광역지원센터(053-428-0991, 0994)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이선희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장은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도 어르신을 위한 여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위해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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