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본의 야마구치현으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다. 별 볼 것도 즐길 것도 없는 곳에 왜 가느냐고 물으면 총리가 여덟 명이나 나온 곳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생겼단다, 초대 총리 이토 히로부미와 현 아베 총리의 고향이며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도 그곳 사람이다. 일본 근대화 당시, 야마구치가 '죠슈'라고 불릴 때, 그곳 출신들이 앞장서서 많은 활약을 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는 그들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나로서는 돈 받아도 그런 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사람들의 기호도 가지가지라 '호기심 천국' 사람들은 그런 곳에도 가고 싶은가 보다. 대구경북은 다섯 명의 대통령이 배출된 곳인데도 그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왜 관광하러 오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오기 싫다는 사람들에게 굳이 옆구리 찔러 절 받기는 싫다. 대신에 우리끼리 이곳 출신 대통령들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나 한번 주고받아 보자.
박정희 장군은 풍류를 좋아해서 동인동 2군사령부(구 육군본부)에 근무할 때 김 마담이 경영하는 청수장에 자주 갔다. 나중에는 누님이라고 부르는 가까운 사이가 되고 5'16 군사정변 때는 김 마담이 거사 자금까지 대어주는 동지가 된다. 그가 대통령일 때 군악대가 공식적 행사에서 자주 연주하던 노래는 'Keep on running'과 '쨍하고 해 뜰 날'이었다. Keep on running은 노래 자체를 좋아했던 게 아니고 그 제목이 당시 박 대통령이 외치던 구호 '중단 없는 전진'이라는 뜻과 같아서 자주 연주했다고 한다. 사석에서 즐겨 들은 가요는 '동백아가씨'와 '강원도 아리랑'인데 자신의 애창곡은 '황성옛터'였다. 박정희가 영관장교 시절 장모 팔순 잔치판에서 '짝사랑'을 부르는 동영상을 보면 재미있다. 애창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버벅댄다. 수줍음이 많았던 그가 술기운도 없이 벌건 대낮에 노래 부르기가 쑥스러웠던 모양이다. 노래를 부르다 음정이 틀려 노래가 중단되고 박 소령이 멋쩍은 웃음을 웃는다. 다시 부르다 이번에는 가사가 틀려 또 중단된다. 구경꾼들이 박수 치고 웃는 모습에 가슴 훈훈해진다.
전두환 대통령은 하춘화의 '무죄'를 좋아했는데 자신의 애창곡은 '삼팔선의 봄'과 '향기 품은 군사우편' 그리고 '방랑시인 김삿갓'이었다. 대구 출신 대통령 중에서 뛰어난 노래 솜씨를 가진 사람은 단연코 노태우다. 자신의 말로는 팔공산 30리 등하굣길이 외롭고 무서워 노래를 많이 부르며 다니느라 노래가 늘었다고 한다. '베사메 무초'를 잘 부른다고 하지만 모든 노래를 다 잘 불렀다. 현직에서 물러나 대구 집 팔공보성아파트에 들를 때마다 이웃 사람들과 친구들을 불러 회식을 했는데 그 자리는 노태우 리사이틀 같았다고 한다. 그가 노래뿐만 아니라 피리, 하모니카까지 연주했으니 완전 쇼 분위기였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나이 든 축치고는 신곡을 많이 불렀다. 그의 전공이 '도가다'(土方'노가다)여서 현장에서 젊은 사람들과 많이 어울리다 보니 노래도 신곡을 부르게 된 것이 아닐까. 애창곡은 유심초의 '사랑이여'다. '기약 없이 멀어져간 내 사랑'이라고 외치다 '아침 이슬'을 떼창하는 미국 소고기 무리에 밀려 넘어져 임기 초부터 '다리 저는 오리'가 된다. 거북이의 노래 '빙고'를 좋아했던 대구 막내 대통령 박근혜, 죽도록 고생하고도 미숙한 정치력과 똥고집 탓에 역적으로 전락하여 북풍한설 속 구치소에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거룩한 인생 고귀한 삶을 살며 부끄럼 없는 투명한 마음으로 이 내 삶이 끝날 그 마지막 순간에 나 웃어보리라 나 바라는 대로'라는 가사를 수백 번 되뇌며 통곡하고 있겠지. '삶은 한 조각의 구름이 이는 것이고(生也一片浮雲起),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지는 것(死也一片浮雲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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