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월배지구 특정 초교 '콩나물 교실'] 아파트 대거 입주→학부모 유입→가까운 학교 쏠림

입력 2018-01-24 00:05:00

학생들 몰리는 이유는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에 수년간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이 지역 초등학교의 과밀 학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샘초등학교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에 수년간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면서 이 지역 초등학교의 과밀 학급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한샘초등학교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대구 달서구 월배지구 초등학교의 과밀 문제는 이미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지역은 2000년대 후반부터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취학 아동 유입이 늘어났다. 특히 학부모 사이에서는 지난 2013년 개교한 한샘초등학교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곳의 학급당 학생 수는 대구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대구시교육청은 공동통학구역으로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고 분산을 유도하는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특정 학교로의 쏠림 현상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샘초, 대구 최고 '콩나물 교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자녀를 둔 학부모 이모(40) 씨는 최근 달서구 한샘초에서 열린 예비소집에 다녀온 뒤 근심이 늘었다. 예비소집 당일 한샘초에 참석한 신입생은 227명. 이 씨는 전년도 1학년 학급 수(5학급)대로라면 한 반에 40명이 넘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콩나물 교실'이 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이 넘으면 '과밀 학급'으로 분류한다.

이 씨는 "월배지구 초등학교들이 수년째 초과밀 수준인데도 효과적인 해결책을 못 내놓는 시교육청이 답답하다. 공동통학구역 내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부모들이 가까이에 있는 한샘초를 선호하다 보니 과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다"며 "담임 선생님이 봐야 할 학생들이 많으면 안전 관리가 소홀해지거나, 학생 개인에게 잘 신경을 써 주기가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월배지역 초등학교들의 과밀 문제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시교육청은 올해 한샘초에 학생이 몰리자 전년도 1학년 학급 수(5개)에서 한 학급을 더 증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예비소집에 참석한 아동(227명)들이 모두 입학한다면 반당 학생은 37명에 이르게 된다. 이는 대구 초등학교 평균 반당 학생 수(23.6명)를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대구 전체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수성구 내에서 선호 학교로 꼽히는 동도초, 경동초 등은 반당 학생 수가 각각 31명, 29명 수준이다.

한샘초교 관계자는 "매년 입학을 앞두고는 신입생 수를 문의하는 전화가 이어질 정도로 예비 학부모들이 학생 규모에 관심을 보인다"고 했다.

인근에 있는 한솔초나 신월초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예비소집에 213명이 참석한 한솔초의 현재 반당 학생 수는 23명, 신월초는 27.6명이다. 반면, 같은 공동통학구역 내에 속하면서도 이들 학교와 거리가 떨어진 진천초, 월배초는 반당 학생 수가 각각 21명, 20명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한샘초의 경우 올해 1학급, 한솔초는 3학급을 늘려 과밀을 막을 계획"이라며 "3월 2일 입학식 당일까지 최종 입학 학생 수는 변동될 수 있는 만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수년째 지속된 과밀 현상

한샘초의 과밀 문제는 지난 수년간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매년 벌어져 왔다. 저출산 여파로 대구지역 전체 초등학교 취학 아동 수는 크게 감소한 반면, 월배지구 대단지 아파트에는 젊은 층의 유입이 늘면서 신입생이 급증했다.

실제로 대구 전체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2014년 2만1천523명에서 올해 2만350명으로 줄었다. 반면 월배지구의 공동통학구역 내에서는 같은 기간 703명에서 841명으로 증가했다. 한샘초로 학생들이 몰리게 된 것은 인근에 1천669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AK그랑폴리스에 사는 아동이 늘어나면서다. 이곳에 입주한 학부모들은 통학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한샘초를 선호했고, 뒤이어 입학하는 아동들도 한샘초로 몰리게 됐다는 게 인근 주민과 교사들의 설명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2015년 한솔초가 개교했을 당시 이곳 아파트에서 한샘초'한솔초로 입학한 학생은 각각 106명, 7명으로 차이가 극심했다. 그러다 지난해 각각 71명, 40명, 올해는 각각 113명, 41명으로 완화되었지만 한샘초로의 쏠림은 여전한 추세다. AK그랑폴리스에 거주하는 정모(31) 씨는 "보통 초등학교는 안전상 통학 거리를 우선으로 판단하는데, 우리는 한샘초와 가까운 동이라 한샘초를 선택했다"며 "한솔초와 가까운 동에 살거나 과밀이 싫은 학부모들은 다른 학교를 보내지만 동네 친구를 만들어주면 좋다는 생각에 한샘초를 보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인근 학교 지원으로 분산 유도

대구시교육청은 한샘초로 몰리는 신입생을 분산하고자 수년째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한솔초는 올해부터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행복학교로 지정됐고, 신월초는 교육과정 연구학교로 운영 중이다. 이 밖에 한샘초 인근 학교에 대한 ▷특성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 예산 지원 ▷소프트웨어 교육 선도학교 지정 등의 방법으로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비율로 따져봤을 때 한샘초로의 쏠림은 매년 완화되고 있는 추세이며, 다양한 분산 유도 방안으로 전년도에는 한샘초 재학생 중 12명이 한솔초로 전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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