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퓨처스] 남언정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입력 2018-01-24 00:05:00

"난치병 환자 원하는 삶 살도록 돕는데 보람 느껴"

남언정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남언정 경북대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

난치병(難治病).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치료법도 아직 확립되지 않아 완치되기 어려운 질환을 모두 엮어 이르는 말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데, 알기가 쉽지 않으니 문제다. 난치병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은 기약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곁을 지키는 이가 남언정(49) 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와 같은 의사다.

남 교수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고, 나서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소위 까칠한 존재는 아니다. 낯가림이 좀 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에겐 살가운 사람이다. 작은 선물을 챙겨주는 등 따뜻하게 대한다. 환자들에게도 친절한 의사다. 피곤하고 힘들더라도 질환에 대해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애쓴다.

◆난치병을 다루는 의사

어린 시절 생물 과목을 좋아했던 남 교수는 아버지의 권유로 흰 가운을 입었다. 그는 "아버지께서 여자일수록 '라이선스'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애초 생물 교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의대에 가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시기에 수긍했다.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몰라 아버지에게 속은 셈"이라고 웃었다.

류마티스는 생소한 말이 아니다. TV 광고 속에서도 흔히 등장한다. 시골 어르신들 입에서도 자주 오르내린다. 정확한 뜻을 잘 모를 뿐이다. 류마티스는 그리스어로 '흐르다'는 뜻인 '류마'(rheuma)에서 나온 단어라고 한다. 관절과 근육 등에 염증과 통증, 장애를 유발하는 원인 불명의 질환이다.

많이들 아는 류마티스 관절염 외에도 류마티스에 해당하는 질환은 상당히 많다. 베체트병, 쇼그렌 증후군, 루푸스병 등 다양한 난치성 또는 희귀성 질환도 남 교수가 다루는 영역에 속한다. 난치성, 희귀성이라는 말대로 치료하기 쉽지 않고 평소 보기도 드문 병을 접해야 한다.

그만큼 남 교수의 부담 역시 적지 않다. 중증 환자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뿐더러 몸도 힘들다. 퇴근을 제때 못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그래도 낯선 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을 자신의 힘으로 챙길 수 있다는 데 보람을 느낀다.

남 교수는 "환자, 환자 보호자와 서로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다 보면 치료 과정도 좀 더 순탄해진다"며 "진료에다 수업 진행, 논문 작성, 학회와 외부 강의까지 소화하려면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운동은 못해도 체력이 괜찮은 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다"고 웃어넘겼다.

◆베체트병과 쇼그렌 증후군 전도사

베체트병은 구강 궤양 외에도 피부, 혈관, 중추신경계, 심장과 폐 등 인체 각 부분에 나타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질환. 쇼그렌 증후군은 눈물샘과 침샘, 소화샘, 기관지샘 등 인체 밖으로 액체를 분비하는 외분비샘에 만성염증이 일어나 분비물이 줄어드는 만성 자가면역 질환이다.

남 교수는 "쇼그렌 증후군은 대부분 '저공비행'에 비교할 만하다. 치명적이지 않고, 증상이 크게 악화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림프종에 암이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며 "베체트병은 장이 헐거나 구강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신장이나 폐에 염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 역시 목숨보다 삶의 질과 더 연관이 깊은 질환이다"고 했다.

이들 질환은 증상이 다양한 전신 질환인 데다 관절염 등은 공통으로 나타나는 부분이라 정확히 분류하기 쉽지만은 않다. 면역 체계를 조절하는 치료제도 자주 접하는 게 아니다 보니 전공의들도 어려워하는 분야다. 게다가 학문의 발전 속도도 빠르다. 류마티스내과에 몸담은 이들이 늘 긴장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 교수는 "처음엔 낯선 질환들을 정확히 진단하는 게 어렵다. 경험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래 이 분야에 있다 보면 환자를 만났을 때 어떤 질환인지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힌다"며 "환자를 최대한 성실하게 보고 원하는 삶을 살게 지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진료에 임한다. 환자가 최소한의 장애만 갖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의사가 되길 꿈꾸는 학생들에게 남 교수가 건네는 조언은 재미와 흥미를 기준으로 진로를 정하라는 것이다. 그는 "편한 전공을 찾겠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재미를 느끼는 분야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부하면 더 빠르게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며 "책 속에 길이 있다. 학문에 재미를 붙이길 바란다. 많이 알아야 잘 보고, 아는 만큼 보인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실수를 줄이려면 많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언정 교수

▷1969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과대학 졸업 ▷경북대 대학원 의학박사 ▷경북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전임의 ▷경북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전임의 ▷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임상교수 ▷경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조교수 ▷미국 하버드의대 소아병원 연수(세포외기질 단백 연구실)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류마티스학회 정회원 ▷대한 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정회원 ▷대한노인병학회 인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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