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탁기 연 300만대 '관세 폭탄'…미국 세이프가드 발동

입력 2018-01-24 00:05:00

최소 20%, 최대 50% 관세…LG·삼성電 대미수출 비상

미국 정부가 22일(현지시간) 한국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하기로 하면서 국내 전자업계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는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을 120만 대로 정하면서 향후 3년간 120만 대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첫해에는 관세 50%,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부과하도록 했다.

120만 대 이하 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물리지 말자'는 의견과 '첫해에 20%, 2년 차에 18%, 3년 차에 15%를 물리자'는 의견으로 갈렸다.

미 정부는 최종적으로 TRQ 물량과 그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은 ITC 의견을 수용하면서 TRQ 이내 물량에 대한 관세를 1년 차 20%, 2년 차 18%, 3년 차 16%로 정해 ITC 권고안보다 소폭 상향 조정됐다.

여기에 보태 당초 ITC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근거로 한국에서 제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는 세이프가드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의견을 냈으나, 미국 정부는 최종적으로 이마저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시켰다.

LG전자가 미국 수출 물량의 일부(약 20%)를 국내 창원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에 공급해왔지만 이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결국 한국 업체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는 전량이 고스란히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대미 수출에는 비상이 걸렸다.

두 회사는 합쳐서 연간 약 300만 대의 세탁기를 미국에 수출해 왔는데, 이 물량 전체에 최소 20%, 최대 50%의 관세가 붙게 됐기 때문이다.

관세가 50% 매겨질 경우 그만큼 소비자 가격도 수직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상실을 뜻한다.

미 정부는 또 세탁기 부품에도 TRQ를 적용해 첫해는 쿼터를 5만 개로 하면서 그 초과분에 대해 50% 관세를, 2년 차에는 쿼터 7만 개 초과분에 관세 45%, 3년 차에는 쿼터 9만 개 초과분에 관세 40%를 물리기로 했다. 쿼터 내 물량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전자업계는 이번 미 정부의 결정을 두고 "결국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을 모두 미국에서 생산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州) 뉴베리에, LG전자는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각각 세탁기 공장을 건립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경우 이미 미국 현지공장 가동에 들어갔다지만 여전히 수출 물량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분간 세탁기의 미국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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