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의 새論 새評] 남북관계와 '정자노지'(政者勞之)

입력 2018-01-18 00:05:00 수정 2018-10-16 10:30:58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정치학과 박사. 동북아역사재단 기획실장.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고위급 회담서 3개항에 합의

당사자간 관계 개선 난제 많아

국제공조 유지하며 평창 지원

국내외 여론 의식 힘든 나날들

공자는 정치를 '정자정야'(政者正也)로 설명한다. 정치란 바른 것이라는 뜻이다. 그간 진행되어 온 적폐청산도 바른 나라를 만들기 위한 과정일 따름이다. 그런데 공자는 "그대가 바르게 통솔하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는가"(子帥以正 孰敢不正)라고 친절하게 설명까지 붙인다. 남을 바르게 하기 이전에 자신이 먼저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공자의 또 다른 정치론이 생각났다. 공자는 정치를 '힘든 일'(勞之)로 설명했다.

작년 촛불정국에서는 '정자정야'를 되뇌었는데, 최근의 남북관계를 바라보면서 '정자노지'를 계속 생각하게 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힌 이후 우리 정부는 그야말로 동분서주 힘들게 뛰고 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는 단순한 일면으로 봐서도 안 되고 북한만 고려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남북화해와 더불어 '핵무력의 완성'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도 환영과 우방과 더불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서 곧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여 한미 군사훈련을 올림픽 기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간 한반도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 대화로 이어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칭송하면서 국제적 대북제재에서 대한민국이 이탈할 것이라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와 같은 우리 정부의 기조에 대해 북한은 "화해 국면에 찬물을 끼얹는 온당치 못한 망언"으로 규탄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지난주에 있었던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한 대표 리선권은 비핵화 문제는 북미 간의 사항이므로 남한은 빠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행히 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군사회담을 포함한 3개 항의 합의를 도출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 당사자 간의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세 번째 항목의 합의사항에 대한 이견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16일 자 '노동신문' 사설에서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외세가 남북관계에 끼어들면 그의 이해관계가 작용해 우리 민족의 의사와 요구를 실현하는 데 난관이 조성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반발하는 이유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과정이 국제적 대북제재와 마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북한은 이번 주에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140명의 예술단을 파견하기로 하면서 우리 측에 이들을 육로로 수송하기 위한 차량을 요청했다. 운송수단 제공이 대북제재와 무관한지 고민스러운 대목이다.

일단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대표단 및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합동지원단'을 발족시켜 그들의 활동 및 행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준수'라는 기본 지원 방침을 정했다. 북한 참가단에 대한 물품 지원에 있어서는 국제공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가 정치선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야당의 비판을 제외하고도 정부로서는 참으로 하루하루가 힘든 과정이다.

이처럼 정치적 사안은 다양한 견해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처리하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마치 민주적 사법제도가 판결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오류를 최소화하는 것과 같다. 혹자는 성인이 재판하면 신속한 판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성인도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복잡하고 힘든 과정이 국민의 권리를 지켜준다.

서양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공자와 비슷한 주장을 폈다. 그에 따르면 정치인은 모두에게 합당한 가치가 배분될 수 있도록 '타인을 위해 수고하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정치인에게는 명예가 주어진다. 아무쪼록 남북이 '정자노지'의 관점에서 다각적이고 다층적으로 관계개선의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힘들게 준비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좋은 결실을 맺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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