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철이 만나 사람] 이상진 신영자산운영 고문

입력 2018-01-17 00:05:33

"비트코인은 공중에 뜬 그림자, 정부가 금지하는 순간 끝"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대세 상승기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시중의 돈은 아직은 주식시장으로 본격적인 유입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주식시장이 아직 못 미더운 탓일까?

궁금했다. 빨간색으로 변하기 시작한 주식시장이 더 많은 숫자의 빨간 빛을 낼 수 있을지.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리는 서울 여의도 금융가에서 지난 9일 이상진(62) 신영자산운용 고문을 만나 물어봤다. 경북고'서울대 법대를 나온 그는 베어링증권'슈뢰더증권을 거쳐 신영자산운용 대표를 지내는 등 한평생 주식시장을 봐온 인물이다. 그는 속 시원하게 얘기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봐도, 기업들을 봐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대세 상승기 주식 시장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코스피지수를 기준으로 2,500을 넘어섰다. 대세 상승장이라고 볼 수 있나?

▶지난해는 2,000으로 시작해서 2,500까지 올랐으니 대세 상승장이라고 할 만하다. 20% 이상 올랐고 10년 만에 2,500까지 올랐으니 대세 상승장이다. 그렇다면 올해 얼마나 올라야 대세 상승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이 역시 쉽지 않은 얘기다. 나는 4, 5년 전부터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5,000에서 10,000까지 가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그 맥락에서 보면 지금 얘기하는 2,800, 3,000 수준은 대세 상승이 아니다. 이 정도는 대세 상승장의 일부, 시작에 불과하다고 본다. 시작 중의 시작 정도다. 다만 올해는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20%나 올랐기 때문이다. 올해는 다지는 해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올해도 활황을 전망하는데 올해는 조금 빠지는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내가 얘기하는 대세 상승장은 2020년 또는 2022년까지 앞으로 4, 5년 동안 코스피 기준 5,000까지 갈 것으로 보는 관점에서 전망한 것이다.

-우리 증시가 그 정도로 높게 뛰어오를 수 있는 동력은?

▶첫째, 우리 금융시장에서 금리 대 주식시장의 수익률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금리는 2%대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예금과 채권을 통해 원금만큼의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는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rice earning ratio·PER)은 지난해 기준 평균 9배, 10배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게 무슨 의미냐? 주식시장에서 원금만큼의 수익을 만드는 데 10년 정도 걸린다는 의미다. 그러면 은행예금에 넣으면 50년 걸리는데 주식에 투자하면 10년 만에 투자금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주식은 채권과 예금에 비해 현재 5분의 1 가격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균형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주식가치 상승을 예상할 수 있지 않나. 국내 코스피지수가 지금보다 2배(5,000) 정도로 상승하면 PER이 갑절인 20배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20년 만에 원금만큼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예금과 채권에 비하면 여전히 주식이 싼 상황이 된다. 현재 미국의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지수의 PER은 22배 정도로 높다. 미국 내에서 거품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느냐 하면 세계적인 금리가 역사적으로 18세기를 제외하고 이렇게 낮은 적이 없었다. 세계 주요국의 금리는 현재 대부분 1, 2% 수준이다. 조금 높은 나라도 5%대다. 브라질은 특별한 사례다. 인도가 8%대다. 후진국 중 일부가 이 정도다. 러시아가 10%대다. 이른바 예전에 '브릭스'(Brazil, Russia, India, China, Republic of South Africa)를 제외하면 웬만한 나라는 금리가 우리나라나 미국과 똑같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은 심지어 마이너스 금리까지 갔다가 올라왔다. 이게 무슨 얘기냐? 결국은 투자처가 없다는 얘기다. 금리가 낮으니까. 채권투자는 이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투자처로서 채권은 신중해야 할 뿐 아니라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금리는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부터 30년 동안 내리막을 걷고 있다. 가장 높았을 때가 폴 볼커(Paul Volcker)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을 때인 1980년대 초반에 미국 금리가 15%를 기록한 때도 있었다. 당시 금리가 가장 도드라진다. 지금까지 4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40년 동안 채권과 주식을 비교하면 채권 수익이 주식보다 높다. 위험도를 고려하면 주식이 높아야 한다. 그런데 가장 안전한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지난 40년 동안 주식보다 높았다. 이것은 경제이론상으로는 맞지 않는 얘기다. 상식적으로 안전하고 수익률 높은 채권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제 그 시대가 끝났다. 앞으로 40년은? 나는 이제는 채권과 주식의 시세가 역전된다고 본다.

-주식시장에 대한 장밋빛 기대는 기본적으로 금리변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는 말인데 다른 요인이 있다면?

▶기업이 끊임없이 기술개발과 연구를 통해 이익이 매우 단단해졌다. 현대 기업들이 얼마나 구조화'효율화되었느냐? 지난 40년 동안 미국의 인건비는 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떨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40년 동안 미국 기업의 매출 증가세를 보라. 놀라울 정도 아니냐? 인건비를 안 주고도 얼마든지 실적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키고 있다. 인공지능 혁명, 물류 혁명 등으로 기업에는 돈이 엄청나게 쌓여가고 있다. 정부는 재정 적자지만 기업은 돈이 쌓여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는다. 빌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에 쌓인 이익은 빼돌리기도 하고 자회사를 만들어 편법 상속을 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부조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그렇게 하다가는 회사가 거덜이 날 상황이다. 각 기업의 투명성이 좋아졌다. 더군다나 올해부터는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의 투표권을 예탁결제원이 임의로 행사해주는 섀도보팅(shadow voting) 제도가 없어진다. 주주총회를 개최하기도 쉽지 않다. 요식행위가 아니라 치열한 주주총회가 예상된다. 스튜어드십까지 발동된다. 지금은 친(親)소액주주 정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주주 전횡의 시대는 끝났다. 지주회사를 만들어서 지분율을 높이려고 대기업들이 고민을 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이 불법적이거나 탈법적이거나 혹은 자의적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것만으로도 주주에게는 대단한 호재다.

◇저평가된 한국 기업

-그렇다면 투명성이 좋은 외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나? 해외주식과 해외펀드가 더 좋지 않나?

▶외국 기업의 주식은 너무 고평가됐다. 애플 주식 가격을 한번 봐라. 비교우위로 판단해야 한다. 삼성전자 주식을 살 지, 애플·구글 주식을 살지는 개인의 결정에 따른다. 다만 구글과 애플 주식이 너무 고평가돼 있어 비싸니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것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개방돼 있다. 한국에서도 미국 기업 주식 살 수 있다. 다만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세금 문제도 있고 환차도 고려해야 한다. 해보면 별로 남는 것이 없다. 우리나라 주식도 모르는 사람이 외국 주식까지 손을 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 국내 주식이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지수의 PER은 22배 정도인데 국내 주식시장의 PER은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 주식은 반값이냐는 질문이 생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미국은 세계 최강국에 기축통화국이다. 망할 가능성도 없다. 미국의 가장 큰 힘은 표준을 정하는 것이다. 미국이 정하면 세계 표준이다. 군대에서 기준을 정해서 대열을 정비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고평가될 수 있는 환경이다. 한국은 변방이다. 거기에 북핵 위협이 상존하고 대주주들의 전횡도 심했다. 그런 것들이 디스카운트된 것이다.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봐서 한국은 미국보다 저평가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결정을 한 것으로 본다.

또 한국은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휙휙 바뀌면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나라다. 이제는 좀 좋아졌다. 북핵 문제가 아니라면 한국 주식시장에 좋은 기업들이 많다. 이 좁은 나라 수출이 5천600억달러다. 수입까지 1조달러 규모의 무역을 하고 있다. 이렇게 무역하는 나라가 세계에 얼마나 되나. 우리나라 주식은 저평가되어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코스피지수 5,000 등극을 예상한다.

-신영자산운용은 마라톤 펀드 상품이 유명한데, 가치주를 길게 운용하고 있나?

▶가치주 중심으로 신영이 21년 동안 운용하고 있다. 가치주는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해서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는 잠복근무라고 표현한다. 잠복근무를 하면서 낚싯대를 펼쳐놓고 마냥 기다린다. 신영 마라톤 펀드 상품은 2002년에 설정됐다. 수익률은 지금 400% 정도다. 국내 펀드 상품 중에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따져보면 연간 거의 30% 가까이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줬다. 이런 펀드가 없다. 나의 개인적인 주관도 가치 있는 주식에 같이 투자하자는 취지다. '가치'와 '같이'를 강조한다. 근본적으로 돈을 잘 벌려면 돈을 잘 버는 사람에게 붙어야 한다. 가치 있는 기업은 오랫동안 돈을 잘 버는 기업이다. 우리는 돈 잘 버는 기업에 붙는 것이다.

-돈 잘 버는 기업은 어떻게 선별하나?

▶재무제표도 봐야 하고 업주의 철학과 도덕성도 중요하다. 한 번 봤다고 될 일도 아니다. 수십 번을 봐야 한다. 특정 기업 주식을 가치주로 결정하면 기본이 5년 보유다. 2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 주식도 있다. 거의 그 기업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기업이 다른 생각 안 하고 정직하게 돈을 벌어준다면 우리는 파트너로 있겠다고 약속하는 형식이다. 우리는 왔다 갔다 하는 금융회사가 아니다. 지금 총주식의 5% 이상 가지고 있는 기업이 100개가 넘는다. 5%면 웬만한 기업의 제2대 대주주급이다. 공모펀드에서는 신영자산운용이 가장 크다. 규모로 보면 17조원 정도 되는데 신영자산운용이 공모펀드 영역에서는 가장 큰 회사다. 펀드 상품은 언제 가입했느냐가 중요하다. 언제까지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외환위기'금융위기가 기억난다. 앞으로 또 큰 위기가 더 올 수 있나?

▶한 번이 아니라 계속 올 것이다. 해마다 올지도 모른다. 인간의 심리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50년 동안의 데이터를 보면 3년마다 한 번씩 위기가 오는 것으로 분석됐다. 빈도는 달라질 수 있다. 200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8년 미국 금융위기, 1987년 블랙먼데이, 1980년대 남미 외환위기 등 이루 셀 수 없다. 그야말로 주기적으로 위기는 왔다. 심지어 영국도 1980년대 초에 IMF 돈을 받지 않았나? 그런 위기는 항상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은 없다. 비가 오면 맞아야 한다. 그런데 빚내서 하는 사람, 레버리지 일으키는 사람이 위험하다. 조언을 드리면 채권이 아닌 이상 만기가 있는 금융상품은 꺼리는 것이 좋다. 경기순환 사이클 가운데 어느 시점에 만기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안 찾고 싶어도 만기가 되면 그 시세대로 평가받는다. 옵션, 선물은 만기가 돌아온다. 안 팔면 안 된다. 정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거지가 나온다. 현물 주식은 회사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완전히 휴지가 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4분의 1 정도는 건진다. 완전히 0은 아니다. 채권은 경우에 따라 수익이 엉망이 될 수 있다. 주식은 생각보다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비트코인 광풍은 어떻게 생각하나?

▶블록체인 자체는 좋은 기술일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공중에 뜬 그림자다. 개인적으로 투자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을 누가 뭐라 하겠나. 짤짤이 하는 것이랑 똑같은 것이다. 짤짤이를 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다. 사람들끼리 그냥 인정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인정되지 않으면 끝이다. 정부가 보증하는 화폐가 아니다. 가상화폐는 이미 1천 종 이상이 나와 있다고 한다. 광풍이다. 아무것도 아닌, 이것이야말로 튤립 투기와 같은 것이다. 어느 순간 정부가 금지하면 끝이 되어 버린다.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발권력이다. 정부는 통화를 찍어내는 권력이다. 주권만큼이나 강한 무기다. 이것을 어느 나라가 그냥 사인(私人)에게 주겠나? 국민경제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발권력인데 개인에게 내줄 리가 없다. 발권력을 포기할 정부는 없을 것이다. 비트코인이 정식 화폐가 되려면 정부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일 것이다. 유로화를 만들 듯이 전 세계적으로 환율 문제도 없게끔 미국이 주축으로 해서 하나 만들자고 하면 얘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화폐 발행 방식이 너무 어렵고 또 그것을 캐겠다고 하는데 화폐는 물류다. 캐내야 하는 상황에서 화폐가 어떻게 물류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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